지난 13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미북 정상회담이 이후 북한 측에서 발표한 첫 ‘공식 입장’이라는 소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 행동들(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고, (미북)관계 개선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어이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한국이 북한에 흡수통일이 되고 김정은은 여전히 대를 잇는 권력자로, 문재인은 김정은의 남반부 총독으로 자리매김하고 보수적이었던 국민들이 기관단총에 처형당하는 상상 말이다.
트럼프의 말대로라면 미국 스스로가 한반도에서의 훈련을 중지할 것이고 트럼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될 문재인은 자국의 국토를 지킬 독자적인 훈련마저 김정은의 눈치를 보며 중단할 것이니 이미 국가라고 할 수도 없는 집단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상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의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성명서는 그저 김정일의 체면을 세워준 트럼프의 고도의 협상력의 표현일 뿐, 실재로는 막후에서 합의한 바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로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선언을 어떻게 그리도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문제와 달라서 명색이 세계최강이라는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 뒤집어져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일까.
아무리 그런 믿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나의 정신수준이 한심해서인지 정말이지 고개만 갸우뚱하게 된다.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상황에서 보수우익성향의 국민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것이 어이없다. 내 사고방식으로는 이명박을 비판하든, 박근혜를 비판하든, 홍준표를 비판하든, 김무성, 유승민을 비판하든 그건 각자의 판단일 따름이기에 그렇다.
나 역시 박근혜가 탄핵당할 죄를 짓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헌법에 대통령이 탄핵되어야할 죄가 명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지금 법정에서 판결한 것도 법리에 의한 것이 아닌 인민재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기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보통 국민들이 박근혜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비판이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논리라기보다는 감정적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여자를 가까이 하여 전횡하게 했으면 그건 대통령이 전횡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언론의 기사를 모두 믿을 수 없더라도 최순실이 한 짓이 모조리 거짓일 리 없다면 그런 여자에게 힘을 실어준 대통령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박정희 대통령께서 최태민을 그리도 경계하셨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 집안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국민들의 가슴에 이리도 큰 상처를 준단 말입니까? 법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최순실 같은 여자를 가까이 하여 힘을 주 것만으로도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나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에게 아무리 탄핵이 부당했음을 설명해도 최순실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박근혜에게 전이되는 것을 부정할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웠었다.
국민들이 법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옳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그대로 표로 이어지는 걸 어쩐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가까이 지냈더라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며 차라리 최순실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했더라도 이처럼 일이 참혹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의 시각으로도 최순실이 각료로 임명하기에는 자격미달이었기에 편법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입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박근혜를 지지하든 홍준표를 지지하든 그런 분들을 비판하거나 모욕하는 언사를 쓰지는 않는다. 더러는 그런 분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또 안타깝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판단을 무조건 옳지 않다고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박근혜를 지지하여 열심히 글을 썼었다.
대통령 취임 후 다소 답답한 정책을 펼치기에 아예 인터넷을 떠났다가 탄핵정국에 다시 논객넷을 통해 글을 쓰고 있는지만, 박근혜를 지지하며 그토록 많은 글을 쓰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비판적인 글로 돌아서는 것도 그렇고 해서 아예 글을 멀리했던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박근혜가 인민재판이 아닌 정당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보수성향의 국민들이 다시 뭉쳐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의 명예를 되찾는 일도 법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인사가 다시 정권을 되찾았을 때 가능한 일이요, 이명박이든 홍준표든 우리 보수성향의 국민들이 뭉쳤을 때에만 자유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패잔병인 보수성향의 국민들이 이미 힘을 잃은 지지자들에 따라 서로 경멸하는 언어를 동원해서까지 감정을 상해야 하는가.
나는 어제, 보수는 보수의 가치부터 되찾아야 된다고 주장했는데, 정치인들에게만 그런 주문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보수성향의 국민들부터 보수의 가치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들을 앞에 놓고 자중지란을 일으키기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자유인으로써 되찾고자 합심하는 것이 더 급하지 않겠는가.
누구든, 내 생각을 비판할 수도 있고 또 나도 다른 분의 비판을 받으며 부족한 나의 판단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판은 하되 모욕하는 짓만은 서로 애써 삼가는 것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도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물리적인 차원에서의 세상을 말함이 아니다. 인생을 말함이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에 다툼이 있고 갈등이 있는 것.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이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때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