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게 하와이가 공격당하기까지 나치독일이 유럽을 초토화가 시키고 있음에도 참전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기습공격을 받은 미국이 2차 대전 참전을 결정하자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이 이젠 이겼다고 쾌재를 불렀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연이어 한반도의 6.25 전쟁에 참전했고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명분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각종 전쟁에 참여해왔었다.
물론 미국의 오판으로 인한 전쟁도 없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이 그랬고 이라크 침공은 중동의 석유를 둘러싼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었기에 그렇다.
그러나 미국의 명분은 이제 그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미국이 참여한 전쟁들 중 명분에서 의심을 받은 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트럼프에 의해 노골적인 장사꾼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6·12 미·북 정상회담과 뒤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협상의 달인이라던 트럼프가 완패했다"고 평가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더 심한 건 회담 성패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기당했다"는 혹평도 나왔다는데, 대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나섰던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북한이 자국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미사일기술까지 가지고 있기에 자국 보호차원에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나마 전 세계의 핵군축 명분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호전적인 북한의 재 침공의지를 막고자 함과 러시아와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여 동북아에서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명분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나는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이 두 가지 명분을 모두 포기했음을 전 세계에 공표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 폐기를 포기했으니 오직 자국에 미사일을 날리지 않게 하기위해 경제적 지원을, 그것도 자신들의 돈은 한 푼도 안 쓰고 한중일의 돈 만으로 자국의 안전만을 지키려했으며 주한미군 훈련 중지 및 철수를 거론하는 것으로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포기했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동성명엔 검증 가능한 비핵화란 말도, 비핵화 시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까지 거론한 건 그야말로 폭탄 발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또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합의로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 트럼프 기자회견에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훈련 중단이 언급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의 말이 이렇다.
“CVID를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면 한미연합사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미군은 자연히 감축될 것이다.”
심지어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렇게 정의했다.
“북한의 의중이 99% 반영된 희대의 사기극이다.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구속력을 부과할 만한 게 없고, 원칙 차원의 얘기만 들어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말은 더욱 구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가치와 연합 훈련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한·미 동맹은 해체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이 전문가들이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들의 진단에서도 모든 것을 내주고라도 오직 자신들의 안전만을 지키려는 그저 그런 군소국가로 전락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핵무기가 많고 돈이 많으며 국토가 넓으면 강대국인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국토도 넓고 핵무기도 많으며 돈도 많다. 하지만 이들을 세계 최강국이라 일컫지는 않는다. 이기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이들 대열에 동참한 거다. 이번 미북정상회담 결과가 여실히 미국의 쇠태를 증명하고 있다. 아니, 미국의 쇠태라기보다는 트럼프 시대의 쇠태라고 할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이나 핵탄두 폭파 쇼라도 들어갈 줄 알았는데, 65년 전 끝난 6·25전쟁 당시의 유해 발굴 정도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미 의회를 설득할 게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에 취해서 너무 오버했다. 미국에 돌아가서 여야 모두에게 맹공을 당하면 갑자기 합의 자체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이 이렇다.
물론 미국 상하원에서는 주한미군감축, 혹은 철수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의 쇠태는 트럼프의 임기 중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는 있다.
어쩌면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명운이 다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없지 않다. 양국 국민 모두 문재인과 트럼프 같은 정신 나간 자들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그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