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We’re not going anywhere.)”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6월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 정국에서 주한미군 철수·감축설이 계속 제기되자 매티스 장관은 높은 강도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시 말하겠다. 그것(주한미군 철수)은 (미·북 정상회담의) 논의의 주제조차 아니다. 분명히 그들(주한미군)은 안보상 이유로 10년 전에 있었고, 5년 전에도 있었고, 올해도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변화가 생긴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국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이다. 나는 진짜로 이 이야기(주한미군 감축설)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국방부 기자실에 갈 때마다 이 질문을 받는데 진짜로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사실 매티스 장관이 이런 발언은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지난 6월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한국전쟁 종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음을 밝히면서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고 ‘김 부위원장이 주한미군 규모에 관해 물어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많은 것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변함으로써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됐음을 말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트럼프와 그의 막료들의 말들이 어찌해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알 수 없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을 다루려고?
사실상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주한미군은 별개의 사안으로 계속 주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한미군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이 아니라 그로부터 3개월 뒤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데,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許與)한다’며 주둔 근거를 명시하고 있으니만큼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오히려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 즉 북한보다 광범위한 위협에 대응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찌하여 주한미군감축이나 철수를 짐작할 수 있는 말들을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것일까. 트럼프가 장사꾼답게 주한미군을 바라보고 있어 북한과 거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일까?
“무역에서 돈 잃고 군사에서도 돈 잃는다.”
트럼프가 한 말이다.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속셈이 잘 반영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미국 상하원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트럼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법안까지 마련하고 있을까.
이제 천방지축 트럼프와 개망나니 김정은이 싱가폴에서 희대의 만남을 시작한다.
이들의 만남이 희극이 될지 뭐가 될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다만 트럼프와 그의 막료들이 발언들이 엇박자를 이루는 건 김정은에 대한 정략인지, 트럼프의 천방지축 갈지자걸음에 따르지 못하는 막료들의 뒷북인지 조마조마한 마음일 다름이다.
분명한 건 싱가폴에서 북한의 핵이 폐기되고 평화협정이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엄청나게 많은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