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장 암 투병을 하면서 걷기운동을 하는 코스에는 오대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제법 큰 개천이 있다.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다보니 보통 1천보 정도에서 통증이 오기에 통증을 가라앉히느라고 자주 쉬는 편이다. 하루 2만여 보를 걷는데 자그마치 10여 번을 5분씩 쉬는 셈이다.
걷는 시간이 길다보니 자연히 출출할 때 먹으려고 과자와 고구마를 져서 물과 함께 비닐에 담아 가지고 다닌다.
오늘도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오대천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중에 그늘에 앉아 고구마와 과자를 먹었다.
그런데 지나던 경찰 순찰차가 후진으로 내게 오는 것이다.
경찰관이 내려 내게 묻는다.
“과자 봉지와 고구마를 담았던 비닐은 어디에 버렸습니까?”
순간적으로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경찰관이라면 마땅히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자를 적발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주머니에 넣었던 쓰레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좀 당황한 경찰관이 다시 묻는다.
“담배피우십니까?
“하루 다섯 개피 쯤.”
“공초는 어디에 버리십니까?”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열어 보여주었다. 쉬면서 피웠던 공초 하나가 담배 갑 안에 들어있다.
“죄송합니다.”
경찰관은 정중히 경례를 부치며 사과한다.
“사과할 일 아닙니다.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의심을 해야겠죠. 의심이 없는 경찰관이 어찌 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검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기분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졸업이 가까워져서 직업을 선택할 때, 경창관은 추호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늘 남의 허물은 감싸줘야 하고 남을 의심하지 말아야 하며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라던 아버님의 훈육 때문인지 의심을 해야 하는 직업인 경찰관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찰관을 이상하게 보거나 마땅치 않게 보는 건 아니다. 만일 경찰관이 없다면 나라꼴이 그야말로 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문재인이 현충일을 맞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애국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그래서 진보들이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난리들을 피우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당연한 직무를 행한다고 이해하면서도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경찰관의 취조와 마찬가지로 문재인의 당연한 말에 뭔가 석연치 않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 대체 뭔 조화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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