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침에 청와대를 나설 때 TV 시청자들은 눈을 의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비핵화' '정상회담 성공 기원' 같은 팻말을 든 환송 인파에 재향군인회(이하 향군) 회원들이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비역 장병들의 모임인 향군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핵심이었는데 이날은 북핵 문제를 규탄하러 나온 게 아니라 문재인을 지지하기위해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향군 홈페이지에는 '1천만 향군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구호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향군뿐만이 아니다.
보수단체 자유총연맹(회원 350만명)도 지난달 30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획기적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언론들은 "보수단체들까지 이번 회담을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당선된 김진호 향군회장은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학군 출신으로는 최초로 합참의장에 임명됐고 전역 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1~2004년에 한국토지공사 사장으로 남북 경제협력과 개성공단 사업을 진두지휘했는데, 이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선에서 이명박(17대)과 박근혜(18대) 전 대통령을 차례로 지지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으로 갈아타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회색분자라는 것이다.
김진호라는 자가 했다는 말이 이렇다.
"대통령이 적장(敵將)과 담판하러 가는데 국민이 응원하는 게 당연하지, 보수·진보가 어디 있느냐."
"보수적인 향군이 왜 진보 정권을 지원하느냐는 식으로 보지 마라. 진보가 아니라 안보를 위해 한 일."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회담 자체를 반대한다면 다른 수단이 뭐가 있는지 묻고 싶다."
황동규 향군 홍보실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군인은 충성을 다하는 게 본분이다. 한반도의 염원인 비핵화를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무조건적 지지가 아니라 협상 과정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
나는 향군회장이라는 자와 홍보실장이라는 자의 웃기지도 않는 변명이 참으로 구차하게 느껴진다. 회장단이 자유대한민국을 배신하고 공산주의자들과 이처럼 야합하여 어용단체로 변모하는 동안 향군회원들은 무엇을 한 것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서해 평화수역, 대북 확성기 등을 넘겨주는가 하면 엄청난 정부예산을 김정은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며 탕진하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이 안보라고?
아무리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기로 자신들의 정체성까지 팔아넘기는 향군지도부의 더러운 국가적 배신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이 집권하고 나서 보수 단체들은 적폐로 몰려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회원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존폐위기에 빠졌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향군의 행태는 변절이다.
아무리 향군의 지도자가 오락가락하던 변절자기로 대체 회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