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와대가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으로 거론한 '단계적 동시 조치' 주장은 과거 협상 때마다 북한이 사용한 '살라미 전술'에 해당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 단계마다 한·미의 양보와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28일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이 나의 노력에 선의(善意)로 답해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階段性) 동시(同步)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단계적 동시 조치'란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을 때마다 상응하는 보상을 해달라는 뜻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식의 협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 조치 등을 요구했고 합의가 이뤄져도 보상만 받아내고 끝내 검증을 거부하며 협상 자체를 폐기해 왔었기에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과거의 실패한 협상' 방식을 트럼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즉, 북한이 먼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원칙하에 핵을 폐기하면, 철저히 검증한 후 미·북 수교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이 상황에서 나는 문재인 정권의 기막힌 말 바꾸기에 경악한다.
이번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당초 문재인의 구상은 남북, 미·북, 남·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일괄 타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느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 14일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終戰)선언, 평화협정, 제재 완화 등을 한꺼번에 풀겠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김정은의 구상이 보도되자마자 지난 30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사견임을 전제하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굉장히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리비아’식이랄지, 그건 지금 북한에서는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것인데, 왜 청와대는 문재인의 북핵 해결방침을 김정은 식으로 바꾼 것일까. 과연 문재인과 청와대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아바타들인가.
나는 트럼프가 이들, 김정은과 문재인, 그리고 중국의 꼼수에 미국이 덩달아 춤을 출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미 여러 차례 거짓협상으로 미국을 속여 국제적 사기꾼이나 다름없이 얻어먹어온 김일성 일가가 그와 독 같은 방법을 내세우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싶으면서도 혹시 김정은이나 문재인이 트럼프의 어수룩한 일면을 봤기에 다시 사기를 치려는 것인가 싶어서 트럼프의 대응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궁금할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트럼프가 지난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을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면서 "왜 그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기에 궁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과의 북핵 협상과 한·미 FTA가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리 말했을까.
굳이 성명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