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2만보를 걷는다. 위암이라는 녀석이 술, 담배에 절은 나의 방탕한 생활에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하기에 좀 건전해지고 싶어서이다.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는 분이 있는데, 베트남전쟁에 참여했고 지금은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는다는 사람이다.
어느 날 하루 종일 맡은 구역을 오락가락하는 것이 심심했는지 걷고 있는 내개 말을 걸어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이명박과 박근혜를 씹어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분개를 해도 어마아마하게 분개한 눈치였다.
문제는 이분이 두 사람에게 분개하는 원인이 문재인 일파들이 만든 죄목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와 최순실에 대한 감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이명박의 4대강과 뇌물 등등에 대한 분노도 보통을 넘기고 있었다. 즉 최순실만 가지고도 박근혜가 탄핵 당한 것이 싸다는 것이었다.
내가 흥분한 그분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최순실은 나도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탄핵사유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우리나라 헌법에는 최순실과 가깝게 지냈다고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법이 없다. 더구나 박근혜가 탄핵을 당했던 당시 그에게 붙여진 온갖 죄목은 단 하나도 증명된 바가 없는 그저 추측성 음해였을 뿐이다. 지금가지도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데 집작만으로 일국의 대통령을 파면시킨 헌재의 판결이 법치국가에서 어찌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박근헤의 탄핵과 파면은 법에 의해 판결된 것이 아니라 북한 식 인민재판으로 죽차을 휘두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분은 일순간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최순실이 평창 어딘가에 엄청난 땅을 샀다는 소리뿐이었다. 하긴 우리 집사람도 땅을 샀다며 그런 최순실에게 기댔던 박근헤를 성토하고 있으니 빨갱이들의 선동이 아주 효과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평소 남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마음의 결심을 허물고 말았다. 빨갱이들의 선동에 놀아나지 말고 진실을 보라고 따진 것이다.
“명색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라면 자유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가. 어찌해서 법이 아닌 촛불을 이용한 인민재판에 의해 드러난 비합법적 반란에 동조하는가. 박근혜가 나라를 배신한 것도 아니고 이적행위를 한 것도 아닌 바에야 어찌 헌제의 파면이 합법적이라 하는가. 오히려 탄핵을 당해야 한다면 나라를 북한에 들어 바치는 듯 보이는 문재인이 탄핵요건으로 합당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분은 내 말에 답변 하나 하지 못했지만 속내는 국가유공자를 예우한다며 돈을 올려준 문재인이 더 좋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박근혜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역시 잘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설혹 그들이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할 일이지 인민재판으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가 극에 달했던 김대중이 정권을 내놓고 노무현이 이어받아 분탕질을 쳤음에도 왜 이명박이 김대중의 반역행위를 그냥 보고 넘어갔는지, 그러려고 중도실용이라는 말로 반역자들을 수용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문재인의 행위를 정치보복으로 축소해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수를 불태우는 행위는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불태우고 공산사회주의 국가로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산불감시원을 하시는 그분처럼 이 나라 국민들은 진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사태를 보는 느낌이다.
소련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을 때 단 5%도 되지 못하는 공산주의자들이 모든 백성을 이끌었다더니 역시 대중은 인민재판식의 감정적 폭력에 약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어리석은 대중이 소련을 만들었고 스스로의 자유를 속박했었으니 말이다. 21세기의, 그것도 대학출신이 반에 이를 정도로 많이 배웠다는 한국사회 국민들이 이리도 감정적 인민재판을 선호하리라 누군들 집작이나 했을까.
문재인 같은 국가반역자가 득세할 수 있는 나라, 법보다 인민재판을 선호하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 자신의 삶은 결국 자신들이 선택하는 것인 즉, 언제쯤이나 이 나라 국민들이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문재인을 만든 건 산불감시원 같은 이 나라 국민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