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은
-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숲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한국문학
[千祥炳]
1930년 1월 29일 일본 효고현 태생. 마산중학을 거쳐 서울대 상대를 중퇴했다. 대학 재학중 송영택 등과 더불어 동인지 『신작품』을 발간하기도 했다.1949년 시 「공상」 등이 『죽순』에 추천되기도 했으며, 1952년 『문예』를 통하여 시 「강물」, 「갈매기」 등이 추천됨으로써 문단에 정식 등단하였다. 이후 「덕수궁의 오후」(1956), 「어둔 밤에」(1957), 「새」(1959), 「장마」(1961), 「새」(1966), 「간 봄」(1966), 「새」(1967) 등의 시를 발표했다. 시집으로 『새』(1971)가 있고, 시 선집으로 『주막에서』(1979), 『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등이 있다.한편 「사실의 한계」(1953), 「한국의 대가」(1955), 「비평의 방법」(1957), 「독자성과 개성에 대하여」(1959), 「4‧19전의 문학적 속죄」(1960), 「젊은 동양 시인의 운명」(1970) 등의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을 통해, 우주의 근원과 피안으로서의 죽음, 비참한 인생의 현실 등을 담았다.“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시 「귀천」의 일부)에 보이는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 그의 시는 장식적 수사나 지적인 조작을 배제하고 현실을 초탈한 삶의 자세를 매우 간명하고 담백하게 표현하였다. 세속적 가치와 인위적 기교를 뛰어넘은 소박하고 천진한 시 의식을 담음으로써 매우 개성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 시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상병 [千祥炳]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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