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읍내까지 1만 2천보를 걸어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이 차가운 맞바람 때문에 걷기를 포기하고 택시를 불렀다.
늘 이용하는 택시가 되놔서 기사양반과 안면이 깊은 편인데, 이 양반, 때뜸 평창올림픽에서 설치는 북한관계자들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다.
“어째서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태극기는 탄압받고 한반도기와 인공기는 버젓이 행사장에 들어가느냐.”
“한국의 장, 차관이라는 자들이 북한 사람들을 마치 상전 모시듯 절절매는 꼴이 그대로 보도되는데, 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북한의 속국이 된 것이냐.”
“미국, 일본에서 온 손님들은 뒷전이고 북한 놈들만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인데, 이쯤 되면 문재인의 목적이 드러난 것 아니냐.”
“이런 한심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체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거냐.”
그 외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초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수락했다는 기사를 들어 사실상 한국을 북한에 진상하는 방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같은 말을 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조금은 비틀어진 느낌으로 문재인 편을 들어 봤다.
“북한의 방북초청에 대해 그래도 문재인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말했다니 한국을 진상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이 나라에도 국민이 있는데 노골적으로 진상한다면서 진상할까요?”
“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북미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만의 문제로 다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전체 환경과 여건이 같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해명했다니 문재인이 그나마 미국 등 우방국 눈치는 보는 거 아닐까요?”
“그건 한국을 김정은에게 넘기려 해도 미국 등, 서방국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요. 아니리면 왜 태극기를 든 사람들을 막고 한반도기와 인공기는 허용합니까?”
“그래도 국민들은 그저 보고만 있는데요? 한국인들이 진정 김정은을 흠모하는 걸까요?”
“미친! 살다 살다 별!”
그 기사양반의 말이 곧 내 생각이니 더 이상 문재인을 변호할 방법이 없다. 다음 뉴스를 보면 이런 기사들마다 댓글이 붙어있는데, 마치 빨갱이들이 조직적으로 ‘우리 민족끼리’라는 북한의 구호를 외쳐대는 것처럼 보여서 기가 막힌 내용들이다.
여하간 나는 문재인은 촛불국민들만이 국민인양 전 세계에 선언했고 그 촛불을 발판으로 이 나라의 정체성을 허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우방국들을 배신한 대신에 속국 조선의 왕이 명나라 황제를 섬기듯 하는 김정은에게 북한으로 오라는 은혜를 입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을 처리하지 않고 김정은을 만난 수 있을까?
나로서는 사실상 문재인이 김정은의 하수인임을 느끼고는 있지만, 북한의 핵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지금 김정은을 만난다면 나 같은 무지렁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이 김정은의 하수인임을 공표하는 일이 될 터인데?
누가 알겠는가. 김대중에게 그랬듯이 멍청한 노벨상 위원회에서 문재인에게도 노벨상을 줄 것이라 생각해서 핵이고 나발이고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무작정 김정은에게 읍소하러 달려가는 무리수를 둘지.
문재인을 선택한 이 나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