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때는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서제입니다.
지난5일 대검찰청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은행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참고자료를 넘겨받아 5개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하였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하나은행 55명, 국민은행 20명의 이름이 담긴
특별관리(VIP) 리스트가 확인되었다고 하니,
지난2일 우리은행 행장이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에는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
채용 특혜의혹이 터진 것입니다.
귀족노조들의 “고용세습”에 이은,
시중은행들이 전·현직 부행장 자녀가 포함된
채용 특혜 ‘VIP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년퇴직자 직계가족 우선채용,
정년퇴직 후 1년 이내인 근로자의 직계비속 우선채용,
25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 자녀 우선채용 등,
귀족노조들의 일자리 세습논란과,
이번 은행장 종손녀, 전 사외이사 자녀,
전·현직 부행장 자녀의
채용 특혜 리스트를 보면,
노사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현대판 음서제가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주요국들의 경기호황으로 인한
고용풍년과는 정반대로 유일하게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와 관련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금감원의 주장을 반박하며,
관리 명단은 있지만,
개인 역량과 영업특수성을 고려한
적합 인재 선발을 위한 민간회사의 재량일 뿐 아니라,
관행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채용절차에 있어 신분을 이용한
어떤 형태의 차별이 있어선 곤란하고,
채용은 반드시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합니다.
그러므로
천명하지 않은 평가기준을
전형과정에서 적용하였다면,
그건, 민간 기업의 재량을 넘어
다른 수험생을 기만한 재량권 일탈에
불과할 뿐 입니다.
또한,
이번 두 은행 ‘VIP리스트’를 보면
채용 대상자 명단에 기본 인적사항과
추천자 명단이 함께 작성돼 있었다고 하니,
별도 관리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9.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내부자들의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면
그것이 바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이자,
특정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기회를 약탈한 범죄행위이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각에선 ,
이번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지주 회장에 대한 퇴임 압력용과 관치용 은행 길들이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의구심의 바탕에는
이번 문정부의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지난 5년간 전체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직원채용 과정만을 대상으로 하며,
대상기관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330개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그리고 1089개 공직 유관단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각 부처와 국무총리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비위 제보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 정부가 채용비리를 명분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공공기관 물갈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은
내부 감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임직원의 경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그리고 사정기관의 상시 감찰 등
연중 감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공공기관의 감시 시스템을 제쳐두고
문정부가 5년간 전수조사라는 전시성’ 수단을 꺼내든
정부의 ‘목적’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며,
전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하였다니,
구구절절 옳은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에 만연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단죄에 앞서
정작 문대통령 자신의 아들인 문 준용 관련
고용정보원 채용특혜 의혹과
평창올림픽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작품 출품에 대한
논란에 대해 문대통령과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7년 6월 해당 감사 결과에 따라
채용 절차상의 문제가 인정되어,
당시 문 준용 채용을 주도한 인사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면,
이제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특혜채용 관련 의혹과
평창올림픽 전시회 논란부터 철저히
조사하는 진정성부터 보여야 할 것임을
그들은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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