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옛일이 떠오른다.
오래된 얘기지만 이웃 동네에 고건축 전문가라는 분이 이사를 왔었다.
당시 동네주민들 말에 의하면 전국을 무대로 돌아다니는 분이기에 오대산 월정사 보수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거하려고 방을 얻은 것일 뿐. 이런 촌구석에서 오래 살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시골생활에 적응을 잘했던 집사람은 평소 이웃동네로 놀러 다니기도 잘해서 그 분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듯 했지만 틈틈이 농사짓는 시간 외에는 서재에 박혀 살다시피 하는 나는 그 분에 관한 정보를 집사람에게 들어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
어느 날 길을 가던 그 분께서 김매느라 땀 빼고 있는 나를 보고 우리 밭으로 건너왔다.
"형씨. 몇 기슈?"
밭일을 할 때면 전우회 모임을 나갈 때 착용하던 유니폼을 입고 일할 때가 있는데 빨간 명찰을 보고 말을 건넨 것일 게다.
"178깁니다만."
"나보다 후배로군. 나는 장교 출신이오. 반갑소."
나는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나보다 선배?'
하긴 머리가 훌러덩 벗겨져서 나이 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집사람 이야기로는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다던데 선배라니 어리둥절할 밖에.
더구나 장교출신이라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시험자격이 주어지는데 고교 졸업하던 해에 입대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어떻게 선배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의 거짓말을 접어주기로 했다.
심심산골에서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 친구가 선배노릇하고 싶구나. 까짓 것 대접해주지.' 하는 기분이 올라오지 않겠는가.
하긴 이분, 저분으로 생각하던 인식이 그의 거짓말에 이 친구, 저 친구로 변하기는 했지만.
"이런 산골에서 선배님을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기왕 오셨으니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시죠."
집사람이 내온 커피를 평상에 앉아 나누며 깍듯한 태도로 선배대접을 해 주었다.
그 친구가 돌아가고 다시 밭으로 들어가려는데 집사람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당신 괜찮아?"
"왜?"
"아니, 그 사람 나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보다 군대 먼저 갈 수 없을 텐데 싶어서 말이야."
"장교 기수와 병 기수가 다르니까 착각했겠지."
"선배대접 깎듯이 해주던데 화 안나?"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말 후배가 선배인척 했는데 괜찮은 거야?"
"재미있잖아? 제대한지가 언젠데 새삼스레.”
"옛날 같았으면 저 양반 큰일 났을 텐데. 예수님이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 뺨을 내놓으라더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네?"
후배면서도 선배라 말한 것이 왼뺨을 때린 것이요. 후배인줄 뻔히 알면서도 선배 대접해줬으니 오른 뺨도 내놓은 것 아닌가.
"거, 그럴듯한 해석이네."
성서는 상징으로 봐야 이해된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싶어서 웃음부터 나온다.
사회적인 위치에 초연해질 수 있는 마음, 남들이 나를 어찌 평가하든 개의치 않는 마음, 우습게 보이는 존재가 없어졌음에 내가 무시당했어도 분하다는 생각이 일지 않는 마음, 뭐 이런저런 마음들이 자연에게 배운 마음자리일까. 그러고 보니 내 마음이 시골생활을 하면서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았었다.
그러나 그 훌륭한 성서말씀이 적용되지 않는 자들이 있다.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뺨도 내주어라.'
아니어도 멀쩡한 사람 인민재판으로 죄인 만드는 빨갱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기회일 것이다.
글쎄, 박근혜가 뭔가 착각을 해서인지 빨갱이 부모에게 아버지 시대의 일로 사과하고 다니더니 빨갱이들의 공격에 오른뺨까지 내놓았다가 저리된 거 아니겠나 싶어서 쓴 웃음이 올라온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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