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연구회 오현석 판사, 게시판서 "대법원 추종 마라"]
블랙리스트 재조사 요구하며 지난달 열흘 넘게 금식하기도
"성향대로 판결, 오만함의 극치" "정치적 표현 삼가야" 반박 줄이어
인천지법 오현석(40) 판사가 8월 30일 오전 법원 게시판에 '재판과 정치, 법관 독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판사는 글에서 '군사정권 시절 판사들이 법률 기능공으로서 역할을 축소시켜놓고 근근이 살아남으려 했다'며 '(당시 판사들은) 정치색이 없는 법관 동일체(同一體)라는 환상적 목표에 안주했다'고 했다.
오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며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 등을 추종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적었다.
법원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개인의 정치적 표현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법관은 그런 논의도 삼갈 필요가 있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법관은 개인의 소신이나 신념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과 법원이 축적한 선례(판례) 등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재판해야 한다"라며 "법관이 자기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재판한다면 결국 현대판 '사또 재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 판사는 판사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 간부가 행사 축소를 지시해 논란을 빚은 '법관 인사' 관련 세미나를 주최한 곳이 이 연구회였다. 이후 법원의 진상 조사 과정에서 '행정처가 판사들을 뒷조사한 블랙리스트 파일을 갖고 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진상조사위는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멤버가 주축이 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7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할 자체 소위원회를 꾸렸는데, 위원 중 한 명이 오 판사다. 오 판사는 최근 재조사를 요구하며 열흘 넘게 금식(禁食)을 했다.
판사들의 '정치 편향성' 발언이나 행동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류영재 판사는 올해 대선 다음 날
인 5월 10일 소셜 미디어에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란 글을 올렸다. 2011년 최은배 부장판사(퇴직)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親美)'라고 썼다. 그해 12월 이정렬 부장판사(퇴직)와 서기호 판사(전 국회의원)는 이 대통령을 조롱하며 소셜 미디어에 '가카새끼 짬뽕' '가카의 빅엿'이란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