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들이 전통과 우리 고유문화의 소중함을 모르는 민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개발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서양문물이 개화된 문화라며 우리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손쉽게 버리기를 다반사로 해 왔다는 느낌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언젠가 순천향대학교의 이순신연구소에서 ‘현존하는 거북선 기본구조가 잘못 알려졌다. 2층으로 알고 있는 거북선은 3층 구조이며 2층 구조의 거북선은 노를 젓고 포를 쏠 수 없어 전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분들이 주장하는 구조적 연구 결과야 인터넷을 뒤지면 손쉽게 찾을 수 있을 터이니 굳이 옮기느라 수고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우리민족의 단점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워진다.
내가 친일파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름을 느끼게 된다.
일본은 전국시대 영웅이었던 ‘노부나가’가 서양의 조총을 받아들여 새로운 전략을 개발, 전쟁의 양상을 바꿔 버린다.
그들은 조총뿐 아니라 서양문물을 일본식으로 동화, 크게 발전시킴으로써 항공모함을 만들고 성능 좋은 전투기를 만들어 동남아 일대를 장악하고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만큼 성장한다.
우리가 쇄국정책을 고수하고 있을 때, 일본은 과학문명을 받아들였고 우리가 외래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들의 정체성마저 훼손하는 동안 일본은 외래문명을 자신들만의 고유문화에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외래문명을 받아 들여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동화시키는 재주가 탁월한 나라가 일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손쉽게 버리지 않는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민족을 불문하고 인류가 이룩한 전 세계 문화재의 소중함을 아는 맥아더 장군이 교토만큼은 폭격하지 말라고 명령했던 덕분에 2차 대전을 거치면서도 그곳 문화가 고스라니 남아있을 수 있었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교토의 문화재들은 일본의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아울러 일본의 어느 지역을 둘러봐도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느끼지 못할 도시가 거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정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서방의 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도 미국식 대통령제가 아닌 천황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각책임제를 선택했다.
어차피 일본 천황은 전국시대 내내 실권이 없었던 상징적 존재였음에도 패전국이 되고서도 자신들의 전통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것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어느 학자의 ‘일본인들은 어떤 문화든 자신들의 전통문화에 흡수할 뿐, 흡수당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특이한 근성들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일본의 그런 특성들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떤가.
임진왜란의 악몽을 물리친 근간이 되었던 거북선은 외국에서 얻은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이 나라의 이순신 장군이 중심이 되어 발명한 군함이었음에도 그 설계도 하나 남기지 못하고 이제 와서 2층 구조니 3층 구조니, 따지고들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하긴 전란에 나라를 구한 장군을 역적으로 몰아세우는 나라인데다가 5천년의 민족적 굶주림을 물리친, 전 세계에서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박정희 대통령마저 희대의 독재자로 둔갑시키는 나라의 민족이 거북선인들 중요할까마는…….
어디 그뿐인가. 중국인들이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지만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우리 교포 자녀들 중에 한국어를 하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미 해사출신 한국인 3세였던 미 해병대 중위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우리말을 능통하게 하기에 모든 교포자녀들이 한국어를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부친이 특별하셔서 집안에서는 우리말로 소통하도록 강요했기에 잘 하게 되었을 뿐, 교포 3세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전혀 못할 거라는 답변이었다.
거북선의 설계도 하나 보존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준 위대한 대통령을 군사독재라는 말로 폄하하였으며 이민을 갔다하여 자국의 언어를 자녀들에게 익히도록 교육하지 않는 우리 민족……, 일본과는 달리 나라를 잃었기에 그러하겠지만 정치제도 역시 우리 민족이 지닌 정서는 아랑곳없이 남한에서는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해버렸고 북한 역시 공산주의를 선택하고 말았다.
이렇게 말한다 해서 내가 이씨왕조를 부활시키고 일본이나 영국식 내각책임제로 가야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민족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짐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버린 것이 어찌 거북선뿐이겠는가.
개인주의個人主義, 혹은 이기주의利己主義, 또는 자기중심주의自己中心主義 등등의 가치관으로 변화되는 것이 산업사회가 지닌 불가피한 현상일지라도 새로운 사회질서에 적응할 문화적, 철학적 정체성을 성급하게 허물고 길거리에서 검이나 씹어대는 저급한 GI문화를 선진국문화라며 따라했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물론, 우리의 고유문화와 전통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 예술을 보존하기 위해 유형, 무형의 인간문화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대학에도 전통예술을 전공하는 학과가 괄목할 만큼 늘어난 추세다.
하지만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 고교에 이르기까지 서양음악부터 가르치면서도 우리가락이라고는 고작 아리랑, 천안삼거리 정도나 가르치는 민족이니 거북선 정도야 임진왜란이 끝나면서 당연히 버렸을 것이었다.
이미 체제경쟁이 끝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남북한 간의 우열이 분명하게 가려졌음에도 여전히 김일성 부자를 추종하는 세력이 있음에, 그런 자들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쟁취한 대통령이라는 자가 차근차근 나라를 망치고 있음에, 우리는 어쩌면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것에 더하여 역사학습 능력조차 뒤처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국사과목을 국정교과서가 아닌 일부 빨갱이 역사학자들이 왜곡해서 만든 엉터리 교과서로 교육하는가 하면 대학입시에서도 선택과목으로 집어넣는 민족이니 거북선인들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겠나 싶다는 것이다.
왜정시대 때, 어느 분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민족개조론을 설파하셨다지만 지금이라도 소중한 우리들의 정신문화유산을 되찾고 우리들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학교에서 배워주고 전문가와 국민들이 서로 괴리되어 있는 전통문화가 아닌, 국민들 속에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로 말이다.
요즘의 문화관광체육부에서는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펴나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정부만 믿을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거나하게 술 한 잔 취했을 때, 뽕짝가요만 부를 것이 아니라 우리가락 한마당 펼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우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