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낡은 성터에
흰 눈이 내릴 때쯤
고승(高僧)은
허허로이 다시 떠날 것을 말하였으나
모래밭
등 굽은 천형(天刑)의 그림자
사진(沙塵)을 이기고 묵묵히 걸어온 날들
새로운 강을 건너고
새로운 새벽을 맞았을 뿐
세월의 지층이
켜켜이 쌓여진 등판
낮춘 만큼 올려보는 별들은
멀다
서역정토를 향해
멀고먼 은핫길을 따라
그 사막엔 하얀 무서리가 내리고
여윈 바람의 추억들이 쌓여가고 있을 뿐
2015. 1. 2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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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밝아올 때 읽었던 시입니다.
우리의 운명을 이처럼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다시 이 시를 읽습니다.
우리 논객들이 가는 길은 천형의 길입니다.
그러나 논객들은 사막의 모래를 맞으며
묵묵히 자기의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의 저쪽 끝에는
서역정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 낙타의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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