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政局)은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0:10 으로 완패 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전략부재, 무력한 지도부의 리더십, 친노 세력의 강경론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새누리당의 역공에 주저앉았다고 참혹하게 평가한 것이다. 보수 언론에서 평가했다면 또 반응은 달라질 것이지만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시큰둥하여 할 말이 없게 됐다. 진보 언론에서 먼저 백기를 흔들며 민주당에 투항을 요구하는 걸로 보여 nll 국면이 거의 끝자락에 머문 느낌이다.
경향신문의 10:0 완패 분석 내용은 그간의 추이를 조목조목 잘 짚고 있다. 지금의 nll 논란의 불씨는 지난 6월 17일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이때부터 국정원 정치개입 정국이 순식간에 nll 정국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했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의 흔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객관적으로 분석한 흔적이 엿보인다.
회의록 공개 문제가 불거지자 김한길 대표는 하루 뒤‘선 국정조사 후 회의록 공개’를 제안하게 되나, 친노의 거두(巨頭) 문재인 의원이 블로그를 통해‘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제의합니다’라고 민주당 대표의 제의를 묵살시키며 본인이 정상회담회의록의 중심에 서 있음을 만 천하에 알리는 생뚱맞은 짓을 함으로 국면이 일그러지게 된다. 그러자 국정원은 사흘 뒤 24일 2급 비밀문서이던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하는 수순을 밝으며 노 전 대토영의 nll 포기 발언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히게 된 것이다.
국정원장이 전격 공개 한 것은 이와 같이 민주당의 선제적 발언 또는 요구로 인해 빚어 진 것이 원인제공이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기를 뒤 흔든 사안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사명감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사안이 급진전 하자, 논란 끝에 여야는 지난 7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의결하지만 국정원 국조특위의원 제척을 두고 다툼과 막말 파동 등으로 파행을 거듭한다. 결정적인 것은 22일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이 확인되면서 nll논란은‘사초(史草) 증발’정국으로 전환되어 사실상 민주당은 벗을 수 없는 올가미를 덮어 쓴 것이다.
24일 민주당 김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쟁(政爭) 종식을 제안했지만 다음날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을 검찰에 단독 고발 문재인 위원을 비롯한 친노 세력의 부도덕성을 집요하게 추궁하게 된 것이고, 이에 민주당은 자체 내분이 들끓기 시작한다. 조경태 최고위원의 문재인 정계 은퇴 발언과 김영환 의원의‘장난치느냐, 황당하다’등의 친노 세력을 겨냥한 십자포화를 퍼부은 게 좋은 예다.
30일 중앙일보 메인에 조명균‘대화록 삭제 노무현 지시, 실무진에게 전달’이라는 기사는 사초 실종 사건의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 하고 있다. 사실상 최후통첩의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고, 민주당과 친노의 문재인 세력은 석고대죄(席藁待罪)의 압박 수순으로도 보인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조 전 비선관의 진술 내용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정상회담 회의록은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돼 애초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대세(大勢)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 비서관이 직속상관이었던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대목이다. 극히 상식선의 문제라 국민이 적의하게 판단 할 것이다. 그럼, 문재인은 무슨 배짱으로 개헌선을 훌쩍 뛰어넘는 국회의원 200여 명이 넘는 합의를 하게 하여 정상회담대화록을 열람하자 했을까. 분명히 국가기록원에 정상회담대화록이 없다는 것을 사실을 알았을 터인데... 문재인은 자질구레한 변명으로 넘어갈 생각 말고 우선 여기에 답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략은 이제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 건(件)을 취하해 달라는 외에 방안이 없는 셈이 됐다. 그러니 제발 검찰 고발을 취하하면 nll관한 모든 것을 접고 민생국회로 돌아오겠다고 애원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은‘절대 불가’를 천명하는 것으로 보아 검찰은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본다. 당시 대화록 관리의 핵심 라인은 문재인 비서실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등이다. 조만간 검찰이 이들을 소환 사초 실종의 진위가 명명백백하게 모두 밝혀 질 것이다.
어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에 반작용으로 특검발의 제의서를 별도 접수 시켰다.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수긍 못하겠다는 배수진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흔들겠다는 심보지만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 10:0의 참담한 패배도 인정 못한다면 어느 국민이 민주당을 정당(政黨)으로 생각하겠는가. 사초 실종의 진위가 거의 밝혀진 지금, nll의 포기의 개연성을 포함한 굴욕과 굴종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는 사실에 이제 더 변명하지 말고 고개 숙여 사죄하라. 그리고 민생정치 하겠다, 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