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이이즘이' 한때 일본사회에 큰 반향(反響)을 일으킨 적이 있다. 요코이란 자는 태평양전쟁 당시 패잔병으로 괌의 밀림 속에 28년간 살아 있다가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된 심력(心力)의 돌출물이다. 그런 그가 본토로 돌아와 만나는 사람마다 " 부끄럽지만..." 하는 말만 인사말처럼 하고 다녀 일본 사회에 유행어처럼 번진 적이 있다. 천황을 위해 죽었어야 됐는데 살아서 부끄럽다는 의미로 훗날 극우 세력들의 전설이 된 것이다.
일본의 군인정신은 세계 전쟁사에 유례없는 일종의 그들만의 혼(魂)이였으며 그 타민족 지배근성은 지금까지 지구촌에 회자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유혼(幽魂)이 아베정권에 이르러 다시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웃나라가 아닌, 곁의 나라 일본이란 적개심이 불끈 솟아오르는 이유는, 그 곁의 나라 일본이 우리의 주권을 강탈하고 식민 지배를 했던‘이웃’이 아닌 악(惡)의 국가라는 것 때문이다.
마침, 우리의 정치권은 전직 대통령의 반역과 국기 문란 행위 여부로 지난 대선 때부터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쉽게 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곁의 나라, 일본의 아베 정권과 극우 세력들이 바라보는 현재의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연(悚然) 해지며 불쾌감이 치솟는다. 툭하면 핵실험 공포와 미사일 사격으로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에게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영토 포기 선언을 했느냐, 여부를 놓고 의회(議會)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식물이 된 것을 보면서 말이다.
워낙 민족 우월성이 강한 국가라, 그들은 그럴 것이다. 괌의 밀림 속에서 나타난‘요코이 졸병(卒兵) 보다 못한 대통령 아냐’라고 비아냥될 게 분명하다. 애국 충정의 민족정신은 직급과 신분에 따라 한정하여 내뱉는 수사(修辭)는 아니다. 나라 사랑의 정신이 피 속에 묻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겉포장으로 장식하는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의 사상체계와 자질은 졸병(卒兵)의 그것보다 못했다. 솔직히 이런 국가적 망신은 일찌기 못봤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여부는 어떻게 보면 곁가지다. 이미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對北) 행적은 익혀 알고 있으며, 고인(故人)이 됐지만 그는 역사에 큰 죄(罪)를 지은 업보(業報)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nll포기 선언이 어디 있느냐, 국정원장이 왜 밝혔느냐, 국가기록원에 원본이 없지 않느냐 등은 이제 실효적 의미가 없다. 국민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초(史草)의 기본은 역사성에 근거한 전통성과 그를 잇는 맥(脈)이며 국가의 족보인 셈이다. 대화록 내용을 들추기에 앞서 대화록 자체의 존립여부로 온 나라가 시큰하고 국제적 망신은 말한 나위 없고, 우리의 지도자가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정황의 문제로, 참을 수 없는 분루(憤漏)를 언제까지 국민들이 삼켜야 하는지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뱀 다리는 사족(蛇足)이며, 사족은 쓸모없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뱀의 몸통은 이미 밝혀졌다. 사족만 갖고 여야가 정쟁하는 모습이 너무 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밝힌 대화록의 문맥에 의하면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게 상식의 범주다. 그러니 뱀다리 갖고 일희일비하는 여야의 정쟁은 이제 끝내라. 그리고 민주당은 석고대죄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게 그나마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유일의 방법이란 점을 주제넘지만 일러두고 싶다.
문재인 의원도 겁먹지 말고 정치를 계속 하시고, 친노 세력들도 단 번에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억울하니 계속 정치를 하시게. 왜 이실직고 하면 될 것을, 순응하면 정치를 망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정치가 그리하여 이렇게 후진의 틀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처지를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옛말에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고약으로, 피 속에 들면 침으로, 위장에 들면 탕약으로 고칠 수 있지만 뼛속에 들면 염라대왕 소관이기에 못 고친다고 했다. 물론 개인의 경우다. 127명의 집단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