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을 이어가기 전 며칠 전 올렸던 썰 한 토막을 다시 인용 좀 해야겠다. 인조 임금 때의 일이다. 국고(國庫)에서 은을 훔친 혐의자가 잡혀 들어왔다. 포도청에서 아무리 조져도 고백을 않는지라 그의 열두 살 난 아들을 잡아와서 조진 것이다. 겁에 질린 아이는 결국 아비가 연관된 사건의 전말을 이실직고 하며, 포도청에 잡혀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초지종을 고백 말라는 제 어머니의 다짐까지 자백을 받아 냈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법리(法理)를 주장하는 포도대장과 도리(道理)를 우선하는 형조판서 사이에 일대 논쟁이 벌어져 끝이 나질 않았다. 이에 인조 임금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정치철학을 피력했으니,“국고의 벽을 뚫고 훔치는 것은 작은 일이나(其事之小), 아들을 다그쳐 아비를 고발케 한 것은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즉,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적 도리)을 어지럽혔으니 큰 일(其事之大)에 해당 된다”하며 도리론(道理論)에 힘을 실어주고 손을 들어 주었다.
어제 1부의 얘기들은 무슨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기억나는 옛날 얘기일 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난날 제(齊)나라에 간신 3인방이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 대통령께서도 아끼시는 3인이 있기에 그날의 얘기가 떠올랐을 뿐이다. 그러나 관중은 죽어가면서도 간신 3인방을 멀리하라고 왕에게 충언을 드리지만, 오늘날 우리 대통령께 목숨과 다름없는 그 직을 걸고 아뢰는 이가 아무도 없기에 개인 적으로 통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 찌라시 사건’을 두고 대한민국의 철든 성인이라면 누구나 입방아를 찧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찧는 사람이 없다. 즉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엉뚱하게 자다가 남의 다리 긁거나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은 국정을 발목 잡는 ‘찌라시’라며 에둘러 변명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찌라시’로 굳어지는 것 같다. 또 그래야 하고. 그런데 이런‘찌라시’사건이 왜 터졌을까? 에 대해선 누구도 고민을 해 본 흔적이 없다.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찌라시’만 두고 왈가왈부. 설왕설래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누가 뭐래도 ‘왕의 남자들이 아닌 대통령의 사람들’이 벌인 권력암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청와대를 쫓겨난 자도 남아 있는 자도 권력이라는 꿀맛을 잊지 못하거나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암투 말이다. 쫓겨난 자는 약이 오를 것이고 남아 있는 자는 끝까지 지켜야할 생존투쟁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와 대통령의 인식은 달랐다. 어째서‘찌라시’ 따위가 만들어졌는지 원인은 아랑곳 않고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일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대통령의 사태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통령은 정윤회라는 인물은 차치하고 소위 문고리 3인방을 지나치게 감싸고돌고 있다. 마치 관중의 충간에도 꿈쩍 않고 간신 3인방 개방. 역아. 수초를 내치지 않은 제환공처럼. 간신 3인방에 놀아난 제환공의 말로를 다시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흔히들 눈에 콩깍지가 씌우면...이라고 표현한다. 사실이 그렇다 모든 초점이 흐려지고 앞뒤분간이 어렵다. 문고리3인방이 재야시절을 포함하여 이날까지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은 인정하자. 대통령도 15년씩이나 자신을 보필한 사람들은 실세도 권력가도 아니라고 변명 하지 않든가. 그러나 그것은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보필해 준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고 도리일 뿐이지 국민과 다른 이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 데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15년씩이나 대통령을 모셨다면 콩깍지가 씌워지지 않고는 불가한 얘기다. 대통령의 눈에는 문고리3인방이 실세도 권력도 아닐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생각이 대통령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15년씩이나 지근거리에서 고생한 가노(家奴)들을 어떻게 내치겠느냐며 인간적 고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국고의 벽을 뚫고 훔치는 것은 작은 일이나(其事之小), 아들을 다그쳐 아비를 고발케 한 것은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즉,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적 도리)을 어지럽혔으니 큰 일(其事之大)에 해당 된다”하며 그렇게 인간의 도리를 주장한 인조 임금은 어떤가? 이렇게 인간의 도리를 주창한 그도 자신의 장남(소현세자)을 독살 시킨 뒤 며느리와 그 아래 소생의 손자까지 처참하게 살해하는 악독한 군주가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권력 간의 암투에서 비롯한 사건인 것이다.
흔히 써먹는 진부한 얘기로‘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찌라시 사태’가 벌어진 이후 대통령의 지지도가 확 다운이 됐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민심이 생각하는 ‘찌라시 사태’는 기사지소(其事之小)이나 대통령의 지나친 인도적 도리 주장이 기사지대(其事之大)가 아닐까? 대통령의 3인방을 위한 인간적 으~리가 아무리 으리으리해도 그것은 개인적 일이고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일이라면 대통령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15년을 함께한 사람들이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간적 도리가 맞다. 인간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최고 통치권자라면, 민심의 향배를 국민 정서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김영삼 정권을 비롯하여 이명박 정권까지 실정을 거듭한 것은 비선을 주려 끼고 자신의 치적이나 업적만을 생각하다가 국정과 나라를 망친 것이다. 그들의 지하철이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면, 국민과 국정을 위하는 길이라면, 과연 어떤 것이 기사지대(其事之大)고 기사지소(其事之小)인지 이제부터 순전히 대통령의 판단과 몫이다.
덧붙임,
간다. 간다 해 놓고 애 셋 날 때까지 못간다는 말이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국가와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오도(誤道)하는 광신도들이 걱정 돼서 그런다. 다행히 찌라시로 급선회 하는 모양이지만, 찌라시를 만든 것은 정윤회와 3인방 그리고 그밖의 몇몇 인물들의 암투다.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냐 너덜거리는 대통령이냐는 광신도 박빠 너들의 마음에 달렸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도오선자시오적(道吾善者是吾賊)도오악자시오사(道吾惡者是吾師)”라는 말이다. 나는 가끔 이 명구 인용하기를 즐겨하는 편이다. "내가 잘한 것과 착한 것만 말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요 나의 허물과 잘못을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지나치게 추켜세우면 그것은 나를 해롭게 하는 것이고, 나의 허물을 충고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인 것이다. "이 또한 맛은 없겠지만, 대통령께서 한 번쯤 곱씹어 드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