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속어에‘폼생(生)폼사(死)란 말이 있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으로 흔히 조폭들이 즐겨 쓰는 비속어다. 신체 부분에 문신이 새겨지고 가식적으로 몸을 부풀려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효과를 노린 치졸한 수법이다. 근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에 대해 잡설(雜說)이 너무 무성한 것도 그렇고 그의 행보가 꼭 폼생폼사의 행보와 너무 닮았다. 어깨에 힘을 주며 측근 휘하들을 대동하고 걷는 폼이 길 거리 조직의 보스요, 좋게 말하면 자신감으로 비칠 수 있으나 이를테면 시근방이다.
당 대표가 되고 난 후 그의 행보를 보면 폼사 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뜬금없이 내 놓은 지구당 당협위원장 대폭 물갈이 발언과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통령의 민생경제 절규를 정면 반박 개헌을 들고 나왔을 때는 그 만한 이유가가 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며 개헌을 내세우지만 정작 김무성 본인이 대통령에의 가능성이 있다면 왜 몽니를 부릴까. 그 고민을 파헤치면 기막힌 정치지형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야 의원들 다수와 야권 지도층들도 개헌 논의는 찬성하지만 이들의 개헌 구상은 모두가 제 각각 방법이 상이(相異)하여 하나의 안을 도출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다. 개헌의 동상이몽이랄까 셈법이 아주 복잡한 것도 개헌 논의로 또 정국이 하세월 보낼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층이 개헌에 목 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통령제 하에서 자신들이 대권을 움켜지는 건 불가능이란 것을 너무 잘 안다.
오늘자 모 일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은 현 정치권에 심한 혐오와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 정치권 대권주자 1위인 박원순 시장에 비해 배가 넘은 지지율로 이미 정치권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메김하고 있어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와 같이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미 반기문 총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세에 짓눌려 잡룡(雜龍)들의 기세가 모두 꺾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현 대통령제 하에서 천지개벽을 해도 여야 통 털어서 반 총장을 따라잡을 후보는 없다. 그의 장점은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세계적 정치 감각을 갖춘 불출세의 빼어난 인물임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지역타파와 남북의 현안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적(敵)이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제를 고집할 경우 차기 대권이 물 건넌다고 본 여야 잠룡들의 계산이 이래서 벌써부터 치열한 것이다. 2015년을 넘기게 되면 개헌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이다 는 걸 알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왜 개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를 잘 간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이 후 정치권은 솔직히 지도자감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대선 때 불쑥 나타난 안철수 역시, 불신과 타락한 정치를 보아온 국민들은 그에게 당한 후 더욱 더 정치를 불신하게 되었고, 반작용으로 반기문 총장을 차기 대권 후보로 낙점하는 이유도 자연스런 것이다. 김무성을 위시하여 야권의 지도자들은 반 총장이 귀국하여 대권에 도정하더라도 허수아비 대통령에 앉히고 의회를 장악하고 세력화 된 지분을 갖고 지금의 잡룡 중 한 사람이 국무총리를 꿰차는 이원집정부제가 그래서 이들의 꼼수인 것이다.
나라 걱정 않고 차후 권력쟁취에 올인하는 김무성에게 박대통령의 의중이 갈 리 없다. 국민들의 여망은 남은 3년 여 임기동안 민생경제 회복과 적폐해소, 남북관계 개선 등 추진해야 할 것을 주문함에도 어깃장 부리는 대표를 어떻게 곱게 봐 주겠는가. 만에 하나 후계 구도를 그리고 있다면 차기 반 총장을 여당으로 불러들여 친박 노선의 지지를 받게 해 주는 프로젝트가 있을 법 한 것이다. 이 모든 게 현 김무성이 스스로 나대면서 화를 모두 불러들이는 꼴로 절대 이런 배신자는 키워서는 안 된다. 벌써 배반을 밥 먹듯 하는 자에게 말년에 가면 어떻게 뒤통수를 내려칠지 이미 답이 나왔다.
국회에서 개헌 발의를 해도 국민 여론에 부딪쳐 절대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한다. 만에 하나 개헌 놀음으로 2015년을 또 허송세월로 국회가 공전한다면 국민들이 용서 해 주겠는가. 특히 김무성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것은 친박 세력들이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자가당착에 빠진 점이다. 친박을 내치고 자기 세력화 하는 순간 여당지지율은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은 꼭 깨달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저력은 바로 국민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이명박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보통 착오가 아니다. 그래서 김무성의 폼생폼사의 걸음걸이가 과유불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