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와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인 이민복 단장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두고 말들이 많다. 북한이 “삐라 살포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띄어 눈길을 끈다. 특히,무엇보다 대북문제와 관련 언제나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박지원 의원의 발언은 차치하고라도 이른바 여권 대표라는 김무성 대표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탈북자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행위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바 있는 임수경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모처럼 열린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무산 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는 탈북자 단체에 적극적인 제재 방안과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발하고 있는데 모처럼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라니?
게다가 김대중정부 시절 대북 특사로 활동한 바 있는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삐라 보내고 총격 되돌려 받는 남북관계(보다는) 평화를 주고 받는 남북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이에 여권의 대표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까지 거들고 나서 마치 지원 사격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 볼썽사납다. 사실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어쩌면 그 메시지의 핵심은 세계를 향한 북한인권에 대한 고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김무성 대표까지 탈북자 단체가 대북 전단을 뿌리는 것과 관련 “우리가 북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 한 안 하는게 좋겠다” 또 “북한을 자극해서 대화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가능한 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서 남북간 교류, 협력, 대화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는 “삐라 보내고 총격 되돌려 받는 관계(보다는) 평화를 주고 받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며 평소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박지원 의원을 “사적으로 형님”이라 부른다며 “정치권 국보급 존재, 성실한 정치인이다”이라고 추켜세고 있다. 박지원 의원도 김 대표에게 “통큰 정치인, 결단력이 빠르다”라고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지난날 박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기념곡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김무성 대표도 “가사 어디에도 반국가적, 친북적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 주제가로 선정해야 한다고 맞장구친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의식했든 안했든 엊그제 유엔총회 제69차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문제와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까지 무색하게 만들었다.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이 한 마디 실언 때문에 정치생명을 단축시킨 사례는 수없이 지켜 봐 왔다. 일반 의원이 발언해도 이를 에둘러 수습해야할 당 대표가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이번 김 대표의 발언은 실망이다. 여당 수장인 김 대표까지 대북전단에 대해 딴지거는 모양새는 대표자질 마져 의심될 수밖에 없다. 당 역시 어떤 형태로든 마이너스로 작용될 것이다.
여당대표라면 여당대표다워야 한다. 최근 일본이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퍼뜨리는 것과 같이해 ‘한국이 중국에 경도(傾倒)되었다’는 생뚱맞은 말이 나돌고 있다. 오히려 이번 대북전단지와 관련 발언이 더 그렇게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겠다는 것을 두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라면 이 또한 북한정권에 경도된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대북지원에 도발로 보답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색이 여당대표가 야당대표가 하는 발언보다 더 북한스럽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김무성 대표는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