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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절선물 배달기
작성자: 비바람 조회: 7531 등록일: 2014-09-03

 

추석 선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명절 선물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다, 직장 다니던 시절 명절 때가 되면 선물을 돌리는 것도 주요한 업무 중의 하나였는데, 회사와 관련된 고위공무원, 지역 기업체의 회장님들, 정치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때 배달했던 일화 중의 하나이다,

 

대체로 고위공무원들은 명절 선물을 사양하는데, 사절하는 고위공무원들에게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선물이 들어가게 하는 것이 업무 능력이었다, 나의 업무 능력이 회사를 발전시키고 사회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소신 아래, 당시 선물 배달을 위하여 여러 가지 수법을 썼었는데,

 

어느 명절에 명절 선물 품목과 명단을 들고 결재를 받으러 사장실에 들어갔더니 사장님에게서 특별오더가 떨어졌다, 도지사에게 전달할 선물에 내가 정한 품목에는 줄을 좌악 긋더니 따로 고가의 양주를 선물하라는 오더였다, 그러자 내가 말했다, 도지사 관사에는 경비원들이 거부하기에 전달이 어렵습니다, 사장이 말했다, 어떻게든 해봐라,

 

이런 특별 오더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마도 꼭 전달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나 고마운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지사 관사는 입구에 경비실이 있고, 경비원들은 아예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선물 같은 것은 입구에서부터 거절되는 것이 당시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의 특별 오더이기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나는 도지사 관사로 갈 선물을 두 개 준비했다, 원래 준비했던 명절 선물과 사장님의 지시한 특별 선물은 대충 포장하여 관사로 향했다, 경비원이 막아선다, 거시기기업 거시기 사장님께서 도지사님께 명절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선물은 절대 받지 말라는 지사님의 엄명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것 좀 전해 주십시오, 안 됩니다, 몇 번의 실랑이가 오가고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 순간에 대충 포장한 것을 경비원에게 내민다, 그럼 이것만 전달해 주십시오, 이건 뭡니까? 전에 저희 사장님께서 지사님께 빌려온 것이라 합니다, 내용물이 뭡니까? 모르겠습니다, 전달해 주시면 지사님께서 아실 것이라 했습니다, 선물은 아니지요? 선물은 아니고 빌려온 것이라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농구 선수 칼 말론의 별명이 우편배달부였던가, 난공불락의 도지사 관사를 뚫는 순간이었다, 오후에 회사 비서실에서 미스 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지사님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배달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선물이 되돌려졌는지 말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나의 업무 소관 밖이었다,

 

20여 년 전 당시도 관가에는 명절 선물이 금기시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물을 받는 국회의원들이나, 갖다 바치는 놈들이나 백주대낮에 버젓이 배달하고 수령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무리 봐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공무원들이 일정 금품 이상의 선물을 수령하면 뇌물이 되고, 교사들도 일정 금품 이상을 받으면 불법 촌지가 되도록 만든 인간들이 국회의원인데, 이놈들은 선물을 산더미처럼 받아도 된다니, 지랄 같은 세상이다,

 

 

 

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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