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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은 공신인가, 역적인가?

작성자:

심철주

조회: 9433 등록일: 2014-01-04

민주당 박기춘과 함께 중재 역할로 이번 철도파업을 종식시킨 김무성 의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걍경론자들은 “강성 귀족노조를 뿌리 뽑을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좌파노조와 전쟁을 벌이는 박대통령을 배신한 행위”로 치부하며 분개한다. 한편 온건파들은 “시국의 파국을 막는 퇴로를 열었다”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준 정치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서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동쪽에 있다고 할 것이고 반면 강원도 춘천 사람들은 서쪽에 있다고 할 것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단지 자기가 처한 위치와 입장에 따라 견해가 다른 것뿐이다. 이렇듯. 각자 처한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옳고 그름을 떠나 그쪽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이 부족하면, 상대방을 무조건 부정하고 일방 독주, 독단, 독선으로 흐를 수밖에 없으며 대화는 성립되지 않는다. 획일화된 북한 독재사회에서나 통할 것이지,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사회에선 통할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면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상과 타협 기술이 바로 정치의 묘가 아니겠는가. 아니면 양극으로 치닫는 극한대립과 투쟁, 분열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이번에 중재가 없어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노총과 공동전선을 펴는 철도노조는 또 다른 공기업의 강성노조들을 불러들이고 전선은 확대될 개연성도 있었다. 그리고 야당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새해 예산안과 외촉법, 등의 타결은 기약 없고 국정운영은 계속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본 방향과 정책이 아무리 옳아도 국민생활에 장기간 고통을 주고 사회 곳곳이 삐걱거리며 국정 표류가 장기화되면, 국민은 피로감과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모든 화살은 나라운영을 책임지는 국정수반인 대통령에게로 몰리게 된다. 딴지만 거는 민주당은 이미 버린 몸이기에 더 망가질 것도 없다. 
 
이런 꽉 막힌 시국상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박대통령이 이를 풀어줄 해결사를 은연중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때마침 가담자 처벌 포기 요구조차 없는 노조측의 무조건적인 파업철회 제안에 대통령은 김무성에게 O.K 사인을 낸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가 아무 조건 없이 백기 투항함으로서 정부 측으로선 거둘 것 다 거둔 셈이다. 법적 책임을 물어 주동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액 보상 청구로 가담자들을 꼼짝없이 옭아 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귀족노조의 파렴치한 행패를 낱낱이 각인시킴과 동시에 정부의 강경 대응은 향후 부당한 강성노조들의 준동을 엄단하는 경고성 분위기를 확실하게 조성하였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더불어 경색 정국이 해빙되어 국회 내 미결안건을 전격 처리, 국정운영에 물꼬를 트는 성과를 가져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은 없다. 상대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기는 완전 승리는 원한에 사무치게 하여 보복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심리를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소기의 성과를 올린만큼 이쯤에서 협상과 타협으로 더 이상의 파국을 막는 절제와 조화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당과의 소통채널이 거의 없는 속수무책 새누리당에서 그나마 대야 관계가 원만하고 정치력이 있는 김무성의 존재감이 개인적으로는 빛나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김무성 의원을 일방 매도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나마 김무성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양쪽이 무한 대립으로 시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국민의 발은 계속 묶이고 국회 상정 안건은 기약없는 표류로 국정은 마비되는 불안한 나라상황을 짐작해보면 이해될 일이다.  또한, 검을 들지 않아도 이미 상대의 목을 베듯이 보이지 않게 상대를 조용히 제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위검법(無爲劍法)과도 상통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인간사에 100% 만족이 어디 있나?  이만하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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