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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낸시랭 여일병 구하기

작성자:

오대산

조회: 29670 등록일: 2013-04-20

인류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패턴(pattern)을 찾는 동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조상들은 끊임없이 현상의 원인을 탐구해 왔다. 물론 이런 탐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를 새로운 지식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을 찾는 천부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서 때로는 상관이 없는 것들에서 연관성을 찾기도 한다. 예컨대 둘 사이에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둘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연관성을 바라거나 연관성이 있으리라고 기대할 때는 더더욱 이런 실수를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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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심리학자에 의하면 우리의 욕망은 우리 자신과 타인을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이 발견한 가장 분명한 사실의 하나는 우리가 자신을 실제보다 더 훌륭하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지적이고, 공정하며, 편견도 덜 심하고, 나아가 운전도 남 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종의 변종 나르시즘이다. 실제로 이런 증세가 깊어지면 상반되는 증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때때로 아주 우스운 근거를 들이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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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교수가 낸시랭(본명, 박혜령)이 아버지가 죽었다고 속인 사실을 옹호하다가 웃음거리를 자초하고 말았다. 조국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낸시를 패륜녀로 모는 자들, 유치하고 저열하다”고 하면서 “낸시랭이 (미국유학에서) 귀국 후 친모와 친부는 관계가 단절돼 있었다” “암투병 중인 친모를 낸시랭이 혼자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게 됐고, 친모는 죽기 전 “아빠는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안다“며 마치 자신이 다 안 것처럼 옹호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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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의 친부로 알려진 박상록씨의 가족이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이미 숨졌다”는 낸시랭의 주장에 대해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전에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가 사실 관계를 폭로한 바는 있었지만 가족들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낸시랭의 아버지인 박상록씨의 여동생의 딸이 이모(낸시랭)가 “살아계신 아버지를 공중파에서 몇 번씩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강조한 것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오히려 본인의 지은 죄를 덮고 있다고 낸시랭의 부도덕함을 폭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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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낸시랭은 아버지 보다는 오히려 어머니와 불화가 더 심했다”면서 “(암투병중인) 어머니의 치료비를 자신이 댄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록씨 여동생인 이씨의 어머니도 “미국 유학을 갔다오니 아버지가 행불됐다”고 낸시랭이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유학을 간 적도 없다”고 새로운 사실까지 폭로했다. 그들 가족사에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낸시랭은 인륜을 저버린 우리시대 패륜녀일 뿐이고 덩달아 맞장구 친 조국씨는 스타일을 구긴 꼴이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지지해 주는 증거에만 주의를 기울이려는 욕망은 자기충족적인 필터메카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경우도 자신의 믿음과 상반되는 생각들을 외면하면 자신의 믿음을 지지해 주는 생각들이 더 많은 것처럼 여겨지고, 이런 느낌은 자신이 틀린 게 아니라는 믿음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자신의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려는 성향이 자신의 인식구조 안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려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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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과 관련 과학자이며 심리학자인 마이클 셔머는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잘 믿는 이유도 이들이 바보같은 연유로 갖게 된 믿음을 방어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는 오류에 빠지다 보면 우리는 상반되는 증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아주 우스운 근거를 들이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접 눈으로 보지 않거나 체험하지 않고도 멀리 있는 물체들을 알아맞힐 수 있는 심령술사처럼 관심법을 작동시킨다. 지금 서울대 조국 교수가 영락없이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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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떤 믿음을 지키려고 나름대로 그럴듯한 가설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씨가 “암투병 중인 친모를 낸시랭이 혼자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게 됐고, 친모는 죽기 전 “아빠는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안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반되는 증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아주 우스운 근거일 뿐이었다. 친모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을 딸에게 토로한 것을 두고 역으로 변명하고 옹호했지만 백번 양보해서 봐도 “죽었다고 생각해라”하는 것과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같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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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국씨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생각의 오류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일반적인 가설은 결코 완벽하게 증명되어질 수 없다”고 했던 철학자 칼 포퍼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조국씨가 역으로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키는 것 보다 차라리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증거를 찾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던가? 어쨌튼 조국씨는 낸시랭 여일병 구하려다 지뢰를 밟고 말았다.

댓글 : 7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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