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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78]중국집에서는 짜장면만 있는 줄 아는 어느 바보가 있었지요

작성자:

조고아제

조회: 6665 등록일: 2013-11-05

1978년 겨울 어느 날 한해 재수를 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청주에 있는 충북대학교 이과대학에
지원 했고 필기 시험을 봤더랬습니다.
사천 촌놈이 충북대학교 교문을 들어서니 널다란 들판이 나오는데 고향 동네보다 너 넓었습니다.
냇가도 있고 군데 군데 다리도 있었는데 다리 갯수가 우리 동네보다 더 많았습니다.
 
수학 하나는 자신있다고 생각 했는데 수학2 주관식 문제를 받아 들고 보니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라는 현실에 부닥칩니다.
결과는 보나마나이고 그래서 다른 대학 원서를 챙겨 가야겠다 하고 찾아 보니
충주에 국립대학이 하나 있는 겁니다.
충주로 가서 원서 얻어서 고향으로 내려 갑니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으로 원서 내려 받고 원서를 작성하여 인터넷으로 제출도 하지만
그때는 시골 동네에 전화기도 이장집만 있든 시절이라...
 
원서를 작성해서 다시 충주에 올라가서 원서를 제출하는데 면접이 일주일 후에 있는 겁니다.
시골 갔다가 다시 올라 와야 하는데 차라리 여인숙에서 먹고 자면서 일주일을 기다리는게
비용이 싸게 드는 겁니다.
얼씨구나 했습니다.
왜냐? 그 먹고 싶었든 중국집 짜장면이나 매일 먹으면서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집 큰놈이 올해 대학 졸업반인데 이놈 고등학교 졸업식때까지만 해도 졸업식날
짜장면 사주면 좋아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막내딸이 작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요즘 누가 짜장면 먹냐며
친구들하고 고기집 간다며 돈이나 달라 해서 돈 주고 우리 부부 허허히 돌아 섰었죠.
 
어쨋든 우리들때는 졸업식날 짜장면 얻어 먹는게 최고의 사치였지요.
그래서 그 먹고 싶었는 짜장면을 여인숙 방에서 시켜 먹기 시작하는데 
처음 하루,이틀 사흘은 꿀맛이었습니다.
이것도 사흘을 넘어 가니 아무리 이쁜 여자도 사흘 밤낮이라고 슬슬 지겨워 지는 겁니다.
그러나 중국집에서는 짜장면만 만드는 줄 알았든 이 바보는 그래도 짜장면만 시켜 먹습니다.
왜 그때는 중국집에서 볶음밥도 있고 짬봉도 있고 탕수육이 있는 줄 몰랐든지.
하옇든 그 때 이후로 한동안 짜장면을 입에도 안댔습니다.
 
그 여인숙과의 인연으로 입학하고 나서 한동안 여인숙에서 자취를 하는 호사(?)를 누립니다.
대학생이 맨날 여인숙을 들락거리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여인숙에서 자취도 하고
하숙도 하는 시절이라 별 부끄럼 없이 지냈습니다.
나중에는 친구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다른 여인숙에서 하숙을 합니다.
외숙모의 입담이 걸죽한지라 아침을 같이 먹으면 어느 방 침대에 어떤 년이 물을
많이 흘려놔서 침대보 다 버려 놨다고 투덜거리는 소리도 듣고 장기 투숙하고 있는 다방 일하는 
미쓰 김은 매일 남자 바꿔가며 드나들고 어쨋든 어른들의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 버리기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인숙 문을 열고 나가보면 같은 과에서 제일 이쁘다는 여학생이
파자마 바람으로 노란 바가지에 콩나물 사가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서로 씨~익 웃음 짓든 생각도 나네요.
 
응답하라 1978년~~~~ 그래도 그때가 그립습니다.

댓글 : 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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