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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언비어 그리고 얼바리들..

작성자:

오대산

조회: 11202 등록일: 2014-04-23

서기 64년의 로마의 대화재가 폭군 네로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그 야성미에 도취해 운율시를 읊었다는 혐의는 끝내 벗어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네로가 자신의 그런 혐의를 벗기 위해 역정보를 유포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기독교도들이 로마를 불질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으며 네로의 그 전략은 적중했다. 예상대로 그 후 당시 사회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보다 큰 증오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폭도화된 군중들에 의해 속죄양이 되고 말았다. 

근대사의 경우 1923년에 있었던 일본의 관동 대지진은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본 사람에게는 지옥과 같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 당시 토오쿄오의 가옥 64만채 중 40만채가 불타버렸고 사망자만도 10만명 이상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다. 건물이 쓰러지는 까닭에 넓은 공터로 도피한 사람들은 불덩어리 재들이 쏟아져내리는 바람에 그대로 집단 소사했다고 한다. 지옥일지라도 그처럼 참혹하고 처참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동 대지진은 일본인에게만 악몽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게는 그보다도 더 뼈저린 한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참화속에 관동일대의 민심이 흉흉해지자 폭동이 일어날까 두려워진 일본 관헌은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있다’ ‘그들이 우물에 독약을 뿌렸으니 물을 마시지 마라’ ‘먹을 것들을 강탈 당했다’는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흉폭해진 민심을 우리 재일교포에게 돌린 것이다. 이듬해 1924년 당시 구미위원회(歐美委員會)가 밝힌 바에 의하면 2만3천59명 이상이 살해 또는 실종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써 축소시킨 일본 당국의 비공식 집계에서도 이때 포악해진 일본인들에게 죽창 등에 마구 찔러 죽임을 당한 수가 7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유언비어의 파괴력은 배경에 따라 상상을 초월한다. 유언비어(流言蜚語)란 바퀴 ‘비(蜚)’가 의미하고 있는 것처럼 ‘널리 떠돌아 다니면서 악취를 풍기는 말’이다. 여기서 ‘바퀴 비(蜚)’는 바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대개 몸빛이 갈색이며 악취가 나는 곤충들을 말한다. 대개 허무맹랑한 소문일수록 제멋대로 추측과 악의가 붙어 무서운 속도로 번지게 마련이다. 흔히 유언비어를 ‘유비통신’이라 하는데 이유야 어쨌튼 이런 ‘카더라’방송이 때만되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사회다.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상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도 어김없이 각종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유언비어 중심에는 어김없이 ‘자작극’이 있다. 이는 지난날 천안함 자작극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한미해군 합동군사훈련때문에 항로를 바꿔 사고가 일어났다”는 유언비어는 당시 “한미해군 합동군사훈련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라든가 “연평도 민간인 포격은 훈련 중인 미군의 오폭이었다”는 유언비어의 판박이다. '축 세월호침몰, 다 죽어버려라'라는 저주에 이르면 한 때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한 말) 즉사'라는 트윗글과 너무나 유사해 소름이 돋는다. 

이밖에도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사고원인 미군잠수함일 가능성 높다” “선거때문에 시신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에서 고의적으로 생존자들을 구호하지 않거나 발표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국정원이 사주한 사고일 가능성 높다” “피해 학부모들을 대통령, 국정원이 협박, 매수할 것이다” “유족이 질질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좀 더 죽어라” “제발 한 명의 사망자라도 더 나와라” 무엇보다 실종자들을 오뎅탕이라든가 고래밥 등으로 비유하는 데 이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정상인가 하는 의문마져 들지 않을 수 없다. 

옛 성현은  “개 한 마리가 헛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면 온 마을 개가 그 소리에 따라 짖는다”라는 말로 경계했다. 심리학자들도 유언비어는 완전히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내용을 바꾸어 유포시키면 더 폭발적인 효과를 낸다고 했다. 거짓말이나 유언비어도 천 번만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실제로 히틀러가 자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방법은 유언비어였다. 유언비어는 반복적인 공명작용(共鳴作用)으로 진실을 녹이고 거짓을 우뚝 세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괴담으로 요동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과 맞물려 보면 시사한 바가 크다.

유언비어는 불확실성에 기대는 독버섯과 같다. 독버섯은 양지보다 음지에서 기생하며 진짜 행세를 한다. 그리고 치명상을 입힌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언비어를 찾아 헤매는 얼빠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맹자도 ‘닭을 잃어버렸다고 찾아헤매는 사람은 보았어도 얼을 잃었다고 찾아헤매는 사람은 못보았다’고 했다. 세월호 유언비어, 어쨌튼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뜻밖의 대형참사를 당했는데 자중자애는 못할 망정 저주(咀呪)를 주문하는 꼴이 아닌가. 정신나간 얼바리들이다. 우리 사회의 의식개혁 없이 선진화는 요원하다. 차제에 박근혜 정부는 새판을 짜라. 
참고로 얼바리란 순 우리말로 ‘얼빠진 사람’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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