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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문학을 죽이는 사회

작성자:

참 숯

조회: 9150 등록일: 2014-02-07

인성교육이란 전혀 없는 수능이 젊은 청소년들을 망치고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문학 작품을 시험 과목으로만 여길 뿐이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고, 새로운 인생의 좌표를 찾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여유가 수능에는 아예 없다. 어쩌다 EBS 수능 국어 프로를 본다. 문학 문제가 나온다. 
 
국문학을 공부했고, 많은 문학이론과 문학작품을 읽었으며 실제로 시, 수필, 평론, 소설 등을 써왔고, 
한동안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강의했지만 수강생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을 이리저리 해부하여 이렇게 묻고 저렇게 묻고 정말 정신이 없다. 
내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문학을 무우 자르듯 해부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고등학교 과정이라면 올바른 독서법이나 가르치면 될 게 아닌가. 
고등학교 졸업생이 문학평론가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문학이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헌데 수능이란 5지 선다형이 아닌가.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 없이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고등학생은 문학이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짜증스럽지 않겠는가? 
감수성이 예민하여 독서를 해야 할 나이에 문학 작품이라면 아예 진절머리 나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은 수능 점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문학의 본령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우선 수능에서 문학이 없어져야 한다. 아예, 수능 자체가 없어지면 더욱 좋고.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야지 
정치가 교육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 정치가가 교육을 자신의 통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지하철 유리벽마다 읽히지도 않는 꼴불견인 시랍시고 시가 너절하게 붙어 있다.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데 어떤 병든 시인은 자신의 시가 지하철 몇호선 어느 유리벽에 전시되어 있다며 
명함이나 이력서에 적시하는 멍청한 작태까지 서슴지 않는 씁쓸한 세태가 되고 있다. 
그리고 토플, 토익, 탭스 등 영어 관련 자격증 문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왜 비싼 로열티를 주며 그것을 따야 하는가. 
사회에 진출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을 헛돈 들여 고생해야 하는가. 
 
무작정 점수를 높히기 위해서 무겁고 심각한 문학 작품들을 외면한다. 
때문에 인터넷이나 영상물 등 가볍고 스트레스를 푸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따야 할 자격증이며 게다가 취업난에 따른 취직시험 공부, 승진 시험 공부, 얼마나 많은가. 
정작 자신을 되돌아볼 중요한 문학이나 철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니 사회가 이렇게 경박스럽고 흉악하고 흉포화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부터 바뀌어야 한민족이 영원무궁할 것 아니겠는가. 
그 다음으로, 독자로 남아 있어야 할 문학애호가들마저 문인이 되어서이다. 
 
작품을 생산하면 그것을 소비해 줄 독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문인은 많고 독자가 없는 무서운 형국이다.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소설가가 되고, 때나 개나 고양이도 시인이라 한다. 
유치환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시인이 된다. 
카페마다 진열하는 시인이니 소설가니 수필가니 하고 악마의 얼굴을 한 장사치가 운영자가 되어 
책 몇 백권 사고 얼마간의 심사비, 상패 값 등을 받아 챙기면 시인이나 작가라는 칭호를 붙여 준다. 
 
솜씨 있는 독자는 창작자 자신이라고 포스트는 말했다. 
좋은 작품을 읽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독자가 드물다. 
때문에 어렵고 심각하면서도 좋은 작품들은 외면당한다. 
문학애호가로 남아야 할 사람도 글을 발표하고, 책을 내고, 문인 행세를 한다. 
복잡한 세상에 그들이 전해주는 책을 읽기에도 번거로운 일이다. 
헌데, 무슨 책을 사 읽을 것인가? 독자가 어디에 있는가? 
모두가 문인이 아니면 문학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 전시형 삶을 위해 문학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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