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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일파 후손.

작성자:

탈존

조회: 4280 등록일: 2017-07-07

때늦게 무슨 친일파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어제 그럴만한 일이 생겼다.
  내 고교동창과 삼십대 후반인 듯 보이는 그 아들 녀석이 우리 집을 방문했는데 술 한 잔 들어가자 친구의 아들 녀석이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결국 일본군 장교였을 만큼 친일파였다며 열을 올린다.
  무슨 친일사전이라는 것에도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올렸다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나는 친구를 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새기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뭣했냐는 질책인 셈이었다.
 
  결국 친구 아들과의 기나긴 설전이 벌어졌다.
  우리 역사에 36년 간이나 일본 식민지로 살았던 것이 분명하니 친일파든 매국노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 또한 정리해야할 일이겠지만 과연 친일사전을 펴낸이들이 주장하는 친일파의 정체는 무엇인지 나로서는 몹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친일파라면 나도 친일파의 후손임에 틀림없다는 거야. 왜 내가 친일파의 후손인지 들어보겠어?"
  우리 선친은 함경북도 회령출신이다.
  당시에는 집안이 제법 알아주는 지주가문이라서 일본 본토에 있는 무슨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하시고 만주철도회사에서 근무하셨다고 한다.   그 시절 전문학교면 지금의 대학이라던가.
  당시 만주의 혹독한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증기기관차를 설계했고 그 기관차 모형도가 지금도 무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하니 기술자로서는 일본인들도 알아주었다고 했다.
 
  해방 후 원산철도청에서 근무하셨는데 북한정권에 의해 친일파로 감시를 받다가 월남하여 서울철도청에 근무하시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단기 육사를 졸업하시고 장교로 6.25 사변에 참전하셨다.
  우리 형제가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에게 친일파였느냐고 여쭤봤더니 피식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쎄다. 특별히 친일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당시 조선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시절에 기술자로 인정받았고 나 자신이 그랬듯 주위 사람들도 일본 놈들에게 조선인의 우수함을 보여줬다고 칭찬들을 했으니 스스로 친일을 했다고는 상상도 못했었지. 그 때는 대부분 그렇게 살았을 뿐, 만주에서 살았으면서도 독립군이 있다는 얘기조차 듣지 못한데다가 내가 고등계 형사도 아니었고 헌병대 보조원도 아니었는데 해방되면서 공산당들이 일본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친일파라 낙인찍더구나. 해방되면서 내 딴엔 내 기술을 우리 민족을 위해 쓸 수 있겠다 싶어서 기뻤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독립운동을 하신 건 아닌 만큼 우리 아버지는 민족족인 의미에서의 애국자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가 진정 친일파였을까.
  아버지가 일본계 철도회사에서 근무한 것은 농사짓는 것, 장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저 직업의 개념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대동아전쟁 때 자원이 부족해지자 일본이 모든 국민들에게 수저까지 징발했었다. 그 때 수저니 뭐니 해서 쇠라고 생겨먹을 걸 바쳤다고 친일파라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리 조선인들을 보호하고자 공무원이 된 사람이 있을 터이고 우리 조선인들의 힘을 기르고자 일본군 육사에 입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독립군을 돕는 일이 극비를 요하기에 수많은 도움을 주고도 증거가 없어서 매국노로 매도되는 사업가, 지주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독립을 생각지 않았더라도 같은 민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리 했다면 매도당할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 할아버지도 두만강 가에 있었던 우리집의 지리적 조건으로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만주행과 투쟁자금조달에 힘쓰고서도 지주였다는 이유만으로 인민재판을 받아 돌아가셨다지만 어차피 증거 하나 없이 행해지는 인민재판을 지금 와서 불가능한 진실규명이 무슨 소용이겠냐만 그게 바로 박정희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친일파로 매도하는 빨갱이들의 방식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해방이 되었기에 자신의 기술을 해방을 맞은 나라를 위해 쓰게 됐다며 기뻐했던 우리 아버지 같은 분들이 친일파로 낙인찍히고 지주였다며 인민재판을 받았던 할아버지를 북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왔다지만 과연 그런식으로 따진다면 우리 민족 중 친일파가 아닌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되는 걸까.
  북한에서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지주였거나 사업가였다면 모조리 인민재판으로 죽여버리고 그들의 재산을 수탈했다.
  그렇다면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낙인찍은 자들의 선조들은 모조리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일까.
  하긴 독립군을 대려잡던 헌병오장의 후손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세상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냐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친일파가 만들어지는 세태가 어이없다.
 
  나는 친구 아들에게 2차 대전 당시 4년여 나치에게 점령당했었지만 계속 항전하던 세력이 있었던 유럽과 36년간이나 도와줄 세력 하나 없이 식민지로 복속되었던 한반도의 차이를 설명하며 박정희 대통령이 친일파라면 그 당시 민주나 미국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이 아니라면 모두가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독립군을 때려잡던 헌병오장을 하던 아비를 둔 자가 마치 자신은 독립군의 자손인양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몰아세우다가 증거를 제시하며 제 아비의 죄가 드러났음에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위세 떠는 이따위 빨갱이 세상에서 어찌 옥석을 가릴 수 있는지 반문하였다.
  즉 정치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매도하는 행위야말로 민족과 나라를 망칠 추악한 반역행위임을 설명했다.
 
  내게 이런 말을 하는 놈도 있었다.
  독립군 자식들이 돌보아주는 사람 없어서 수표교 다리 밑에서 거지로 자랄 때 너는 아버지가 왜정시대 때에도 돈을 잘 벌었으니까 덕은 보지 않았느냐고.
  내가 태어난 것이 해방 다음해였다.
  우리 형이 해방 전해에 태어났으니 나와는 두 살 터울이다.
  당시 원산철도청에서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던 해에 땡전 한 푼 가지지 못하고 야반도주하여 서울로 와서 육사에 입학했으니 친구들이 생각하는 식의 아버지의 경제적 도움은커녕 중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고학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나는 빨갱이들의 시각으로 볼 때 친일파의 후손인 건 분명하다.
 
  친구 아들 녀석이 내 말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제 집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다시 찾아뵙겠노라고.
  자기 자식에게 뭔가를 가르치지 않고 방치했다가 내게 데려온 친구 녀석에게 듣기 싫은 소리해서 보냈지만 이 나라가 6·25의 참담한 역경을 겪고서도, 또한 잘살아보자며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며 돈벌레가 되어 살았으면서도 그 노력의 결실, 그 모든 것을 무임승차하여 말썽만 일으키던 민주팔이와 빨갱이들에게 넘겨준 책임은 우리 세대에게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내 친구처럼 자식들을 가르치는데 소홀했던 우리 세대의 책임이.
  지금은 촛불대통령 문재인이 보수진영의 국민을 속이는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
  나를 친일파의 후손으로 만든 빨갱이들을 대표하여 대통령이 되고서도 미국 방문 때, 방명록에 대한미국 대통령 문재인으로 기록해서 이것이 실수라고 말하지만 나는 미군철수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친일파 후손인 나보다 깨끗한 인간일까.
  아무리 내가 친일파의 후손일지라도 자국의 국가 명을 쓰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실수가 있을 수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썩어빠진 언론과 촛불을 앞세워 집권하고 무작정 긍정일변도의 보도로 국민을 우민화하는 빨갱이가 되기보다 차라리 친일파 후손일지언정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자유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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