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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개소리의 추억, "우리 형아가 까까수도 6년에서 탈출만 안했어도"

작성자:

몬개소리

조회: 5880 등록일: 2016-06-28

본정통길에서 마주친내자식이 자랑스러웠는데,방학이 되어도 안 내려오고,일하기 싫어 안 내려오고,놀고싶어 안 내려오고,연애 하느라 안 내려오고,자식 보고픈 울엄마 눈이 빠지는데,   <o:p></o:p>내려오면 중앙시장 갈 까봐 겁내고, 토종들과 섞여 오정목 색시집 갈까봐 걱정이고 우리 형아 국민학교때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과외까지 해가며 동아전과 표준수련장이 너덜거리도록 공부하던 우리형아,   <o:p></o:p>찬바람 불고 싸래기 내리던 날 시린손 호호불며 토끼털 귀거리 하고 시험보러 간 형아, 전 날 밤엔 시험에 쩍 붙으라고 갱 엿 사온 옆집 아줌마, 갱 엿 보다는 콩 엿이 좋은데   <o:p></o:p>남은 엿은 입안에 우물거리며 시험장 학교 정문에서 서성대던 우리엄마 다들 시험보는 데 내 자식만 시험보러 가는것도 아니라 이 눈치 저 눈치 거리에 사람눈치로 도시의 분위기까지 차분히 가라앉은 날   <o:p></o:p>우리 엄마는 초조함을 뒤로하고 소금에 절인 배추 김장양념 마저 사가지고 어린 내손 끌며 집에 오셨다, 집에 와서도 벙어리된 울엄마 배추덩이가 집중하는 눈빛에 녹아 내리도록 그 해 늦은 김장은 그렇게 끝났다.   <o:p></o:p>시험치고 오후에 들어온 형에게 시험은 잘 봤니, 어려웠니, 고생했다, 형아, 시험 어려웠어?   <o:p></o:p>시험보고 까까중된 우리 형아 뒷산 골짜기 염불하던 쯍 아자씨처럼 까까중된 우리 형아, 어제까지 놀아주던 다마치기도 끊은 우리형아 홀짝도 간데없고, 굳지다마 잊어가는 우리형아, 세모치기,쌈치기 다 잊혀지고 도 닦는곳에 머리깎고 양자로 가는 줄만 알았던 우리 형아   <o:p></o:p>일어나 보면 벌써 핵교간 우리 형아 자전거에 발 안 닿던 우리 형아 해질무렵이나 들어오는 우리 형아 자전거 체인 벗겨져도 잘고치는 형아 두손 놓고도 자전거 타는 형아, 자전거에 도사된 형아,   <o:p></o:p>제비날고, 뻐꾸기 울고, 은행고목에 소쩍새는 낮에도 울고 기러기 편대 덮은 하늘에 살얼음이 군데군데 반짝이는 땅   <o:p></o:p>옆 집 아주머니 갱 엿 또 사왔다. 우리 형아, 또 시험보나 부다. 이번 시험보믄 더 멀리 댕길텐데   <o:p></o:p>와우산골짜기 목탁소리 유난떨며 울려 퍼지던 날, 나만 떼어놓고 엄마는 꼬깃한 쌈짓돈과 곽성냥, 굵은초 사가지고 산에 가셨다,   <o:p></o:p>또 붙었다, 우리 형아 우리 형아는 시험 도산가 보다. 코 밑에 수염나기 시작한 우리 형아 아자씨 냄새나기 시작하는 우리형아 겨울은 너무추웠다.   <o:p></o:p>옆 집 아주머니 갱 엿 또 사왔다. 이번에는 갱 엿을 두 판 사왔다, 여상댕긴 옆집누나는 졸업도 하기전에 조흥은행으로 취직이 되었다,   <o:p></o:p>형아, 이 번에 시험보믄 어디 가는겨 멀리 가는겨 아주 가는겨 집나가는 겨   <o:p></o:p>이후, 형아를 볼 수가 없었다. 까까머리 6년 수도승에서 도를 멈춘 우리 형아, 그 후로 우리 형아는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다. 공부 하는걸 보질 못했다. 우리 형아 공부는 까까중, 까까고등 여기서 끝났다.   <o:p></o:p>한편으론 우리랑은 놀아주지도 않던 형아들이 있었다, 참 인정머리도 없던 형아들 이었다. 얼굴은 알아도 우리 형아와는 달랐다. 들리는 소문은 그 형아들은 손 발이 얼고 냉수마찰 하며 소 여물 거들고, 귀가 얼어 신발같이 부풀어도 영어사전 닳도록 외워대던 대한민국 소문난 큰 형아들의 동생들 이었고 군,면,리에 살았다. 그래서 얼굴은 알아도 집이멀어 안녕하며 지나쳤고 안녕하며 그들은 갔다.   <o:p></o:p>서울간 우리 형아, 소식은 없고 우체부가 갖다주는 아버님전상서, 어머님전상서도 없었다, 검은 전화기 너머로 하숙집 전화번호만 누르는 엄마 하숙비 밀리지 않도록 달력에 적어놓고 돈 부치던 엄마. 신문만 펼치는 아버지 서울에 뭔 일 났어, 고대가 연대가. .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우리애는 저녁에 잘 들어오나요.   <o:p></o:p>왜왜왜 우리 형아는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속 태우고 어린동생 가슴까지 태우며 속상한 아버지 손찌검이 눈앞에 나에게 가해지도록 했는가   <o:p></o:p>서울간 우리 형아, 까까 6년 도 닦음이 전부였던 우리 형아 엄동설한에 귀가 얼어 신발짝처럼 되어도 소여물써느라 작두딛는 발바닥에 물집이 터져도 안녕, 안녕하던 그 형아들 보다 못한 우리 형아,   <o:p></o:p>우리 형아가 까까수도 6년에서 탈출만 안 했어도 대한민국은 이 보다 열배 더 잘 살았을 것이다. 형아들 인생 이고지고 남은 나도 대물림이야바삐 뒤따라 갑니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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