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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주장대로라면, 우리 아버지도 친일파다

작성자:

정재학

조회: 7995 등록일: 2015-10-20

문재인 주장대로라면, 우리 아버지도 친일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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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作故)하신 아버님은 1932년생이시다. 나라를 빼앗긴 지 22년 되던 해에 태어나셨다. 그리고 1938년에 국민학교를 입학하셨고, 일본 천황의 황국신민이 되는 교육을 받으셨다. 성(姓)도 창씨개명을 하여 鄭忠康烈이라 하셨던가. 아버님은 아침 조회시간마다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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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로 글을 배우고, 일본말로 시험을 보시고, 일본말로 칭찬을 받고, 일본말로 벌을 받으시던 우리 아버님. 당시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들은 모두 그렇게 살았다고 하셨다. 배급을 받아야 하거나, 하다못해 국민학교라도 다니려면 창씨개명을 아니 할 수가 없었고, 조합서기 면서기라도 하려면 일본말로 된 시험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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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모든 것을 빼앗긴 36년. 우리 식민지 백성들은 누구나 그렇게 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외교, 국방, 교육, 문화, 행정, 정치, 사업 및 주권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빼앗긴 백성들의 비애는 불가항력(不可抗力)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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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를 대변하는 문재인 씨는 최근 김무성 대표의 부친 김용주 씨를 친일파라고 하였다. 전남방직을 세운 것을 이름하여 친일기업가라는 것. 당시 국민학교라도 가려면 창씨개명을 해야 할 판에 일본의 허락 없이 사업을 어찌 했을 것인가. 전쟁물자를 대기 위하여 놋수저까지 공출하는 판에 기업이 전쟁비용을 헌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게 친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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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문재인과 새정연, 진보좌파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 아버님도 친일파일 것이다. 그런 친일을 아니 한 대한의 백성 누가 있을 것인가. 문재인의 부친도 국민학교를 다녔을 것이고, 학교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더구나 흥남시청공무원, 그것도 농업계장이었다고 하니 일본말 시험을 봤을 것이고, 승잔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명령대로 우리 백성들을 앞장서서 수탈하여 일본에 바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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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것은,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 서로 친일을 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었다. 창씨개명을 하고 ‘천황 폐하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이 서로 친일을 했다고 하는 이 웃기는 비극. 이승만과 김일성(김성주)은 새로운 나라의 건국을 위해, 행정경험이 많은 친일 공무원들을 적극 활용하였다. 특히 김일성은 초기 내각을 모두 친일파로 구성하였다. 김일성은 과거를 묻지 않았다. 인민공화국 건국에 적극 협조하는 이상, 그들을 친일파라 하지 않았고 애국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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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반민특위 해체를 이승만의 반(反)민족적 행위라 비난하지만, 김일성은 반민특위라는 말 자체도 없었다. 이승만도 친일행정조직을 활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나라의 주권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빼앗긴 상태에서 친일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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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부친 김용주 씨도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소소한 친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전남방직은 일제 치하에서 창업하여 호남의 기업으로서 해방 후, 호남지역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기업이다. 우리의 누나들은 전남방직에 취직하여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동생들을 가르쳤다. 만약 전남방직이라도 없었으면, 호남인들은 어찌 살았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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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방직은 민족 부흥의 기초를 닦던 어려운 시절, 호남인의 삶을 감싸주고 돕던 기업이었다. 시청공무원으로, 천황폐하를 위해 농민을 수탈하여 전쟁을 돕던 후손이 감히 비난할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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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관점과 시각이라면, 우리 아버님도 친일파일 것이다.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면서 국민학교라도 나온 아버님은 면서기를 하시다가, 박정희 장군의 5.16 혁명을 맞이하여, 군미필 문제로 퇴직하셨다. 당시 혁명 정부는 군미필자를 모든 국가행정직에서 배제하였기 때문이다. 전쟁기간 빨치산들에게 쫓겨 숨어계시다가 군을 다녀오지 못한 아버님은 그렇게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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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비극이 이 땅을 덮던, 불우한 시절을 사시던 우리 아버님은 문재인과 진보좌파의 관점으로는 친일파였을 것이다. 아아,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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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0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씀

댓글 : 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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