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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칼

작성자:

오대산

조회: 34548 등록일: 2013-04-14

영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비대해진 노동조합 세력에 휘둘려 툭하면 상시파업과 복지지출 과잉으로 경제 후퇴와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던 영국을 구출해 냈다. 당시 패배주의와 냉소주의가 만연해 있던 영국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영국병(英國病)'을 떨쳐내고 새롭게 태어났다. 대처는 영국병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지 않고 문제와 정면 대결한다는 원칙으로 풀어나갔다. 대처는 '철(鐵)의 여인'이란 별명에 걸맞게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일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1982년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섬을 점령하자 즉각 선전포고로 응수하여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아르헨티나를 패퇴시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뢰다. 국민이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도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에게 믿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의 믿음에 보답해야 할 책무도 있다. 그 믿음 중에는 부정부패 척결, 무엇보다 통수권자로서 중차대한 국가안보 업무가 있다. 안보가 불안해지면 국민의 마음까지 불안해지고 자칫 패배주의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김정은의 핵 도발 겁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의 시험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안팎의 사정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한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사실 역대 정부는 북한이 무력도발할 때마다 '단호한 조치'라는 일과성 구호로 비켜나갔다. 북한은 객관적으로 국력이 대한민국 보다 열세에 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 안팎이고 인구도 우리에 비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경제력은 50배정도 차이가 난다. 북한의 군사예산은 5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군사예산이 300억달러를 넘는다는 점에 비추어 1/6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미동맹으로 연결된 미국을 합산해 대비했을 때는 북한의 전력이라는 것은 더욱 볼품없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여기서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북한에게 당하고만 있어야만 할까?”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출범할때마다 북한의 길들이기 노리개감이 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힘의 논리라면 힘을 기르면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빼앗고 빼앗기는 역사를 되풀이하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이 모든 투쟁의 역사가 부국강병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금을 통틀어 어떤 국가든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꾀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지난날 “나를 따르라”고 사자후를 토했던 박정희 대통령도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맞서는 길은 오직 부국강병 뿐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을 자주성 확립의 기초임과 동시에 평화와 번영의 기반인 부국강병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닉슨은 정치 지도자의 성공 조건으로 “투쟁할 때와 후퇴할 때를, 엄격할 때와 타협할 때를, 대화할 때와 침묵할 때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략과 목표와 비젼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 핵 도발 협박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 그동안 도발 후에도 변함없는 지원은 버릇만 나쁘게 만들었을 뿐이다. 늦었지만 ‘악행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김정은의 위기상황 연출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의 연장선이라면 지금은 타협할 때가 아니라 엄격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단호함도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우선되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을 높이 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의지력으로 위대한 과업을 이룰 수 있다. 위대한 사람이 없이는 위대한 일이 이루워지지 않는다. 옛날 초절정의 검객 맞수들이 굳이 검을 섞지 않고도 서로 마주 본 채 승부를 끝냈던 때도 있었다. 이른바 기싸움 때문이다. 검객은 자세만 바르게 취해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정치하는데 쓸 칼이 정해져 있어 열심히 갈고 닦았다 해도 때로는 용기가 그 칼을 이길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백두산 돌을 칼을 갈아 없앤다’고 했던 남이 장군의 기개 처럼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대북정책을 포함해 부정부패 척결 등 전방위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칼을 빼어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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