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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본능

작성자:

탈존

조회: 2680 등록일: 2018-06-04

언젠가 인터넷 도박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순간에 빠져든 인터넷 도박이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던 전도유망한 대학생과 교수, 군인 등 멀쩡한 사회인을 빚쟁이와 노숙자로 전락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의 성인 중 20%가 도박을 즐기고 이중 20%가 중독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전문가들은 한탕주의가 도박에 빠지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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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신문에 보도되었기에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상 도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가정해체, 아동학대 등의 반인륜적 행태를 보이는 건 다반사요, 자기 조절이 어려워지고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등의 금단현상이 나타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해로운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다름없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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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박을 정부에서 양성화하는 경우도 있다.
복권과 경마, 경륜, 증권, 서양놀음판 등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이런 도박관련 사업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혹, 인간본성 중에는 도박을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긴, 증권 같은 행위는 도박이라기보다는 투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도박중독도 병인가.
내 판단으로는 그렇다. 약물로 도박중독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중독자 스스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여야 한다니 병중에서도 아주 더러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o:p></o:p>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절 때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면 보통 고스톱이라는 화투를 하는데 이런 경우까지 도박중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정도차이겠지만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치는 화투놀이는 오락이라고 봐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 화투다.
중학교 때였던가. 나는 도박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은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했었다. 친구들에게 민화투와 뽕이라는 기술을 배워 가끔 놀았었는데 승부욕이 지나쳤던 당시, 공부까지 뒤로 미루며 화투를 치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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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들켜서 뼈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 얻어맞고 화투를 끊었는데 나는 지금도 평생 기억할 만큼 매질했던 아버지의 엄한 훈육이 고맙기 짝이 없다.
아마도 그때 화투장을 버리지 않았더라면 무엇이든 시작했다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내 성품에 결과가 빤했을 것이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은 술내기 장기나 바둑은 둘지언정 화투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오락도 오락 나름이다. 네가 장기나 바둑을 두었다면 이리도 심하게 매질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전에 미치면 부모자식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참 공부하고 스스로 인격도야에 힘써야할 학생이 타락을 조장하는 화투를 손에 잡아서야 되겠느냐?”
매로 다스린 다음 내게 해주신 아버지 말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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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20%에 달한다는 건 정선에 카지노가 들어섰을 때,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인근 주민들이 부지기수였다는 보도를 보고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다.
왜 그럴까. 우리사회의 건전하지 못한 한탕주의 때문인가, 사회정의가 무너진 때문인가. 아니면 인간에게는 도박본능이 타고나는 것인가.
여하간 내 성격의 결함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모진 매를 때려주었던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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