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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추억속으로 가고 싶은 행복의 순간들

작성자:

보문산(寶文)

조회: 3491 등록일: 2017-02-19

1971년 1월이다.

00기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영광스럽게도 이들의 기초군사훈련을 담당하게 되었다.

대전에서 일을 다 보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이때가 2시쯤 된 것 같다. 보통 때는 표를 사면 금방 버스에 오를 수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는 표를 사고도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2시간 보내기가 매우 어중간 했다. 방학 중이니까 은숙이도 대전에 내려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다행이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내가 있는 곳이 은행동 2층, 항상 만나는 그 다방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도 곧 나오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따라 한 시간이 다 되도록 그녀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터미널까지 빨리 걸어도 20분 정도는 걸리는데, 버스를 탈 시간 20분 전이 다 돼도 나타나지를 않았다.초조했다. 할 수 없이 다방에 쪽지를 남겨놓고 터미널로 향했다. 한 50m를 가다가 그녀를 너무 실망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얼굴은 보고 가야 덜 미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다방으로 향했다.

다방에 다다르니 멀리서 그녀가 코트를 입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라도 보고 가게 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버스 탈 시간이 10여분 정도 밖에 안 남았다. 너무 촉박했다. 얼굴을 보자마자 "나 지금 빨리 가야 돼. 10분 밖에 안 남았어." 하며 웃으며 급하게 말했다. 만나자마자 이런 소리를 들으니 그녀도 매우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긴 말을 못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라고 손짓만 하면서 다시 터미널로 가야 했다. 터미널로 향하면서도 그녀에게 매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버스는 이미 시동이 걸려 있었다.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오면서 문득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보통 때 얼굴과 뭔가 달랐던 것이다. 얼굴을 본 시간이 불과 10여초 정도지만 분을 칠하고 입술에 빨갛게 루즈를 바른 모습이떠올랐다. 눈썹도 그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화장을 하고 나오느라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화장한 모습을 못 봤는데 오늘은 웬일로 화장을 다 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화장한 것이 모두 나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궁금한 생각은 곧 고마운 마음과 감동으로 와 닿았다.  한편으로는 정성껏 예쁘게 화장한 그 얼굴을 오래 봐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속이 편치 않았다. 만일 그날 10분 만이라도 다방에 같이 앉아 있었더라면 아마도 이런 농담을 하지 않았을까?  "여보, 당신 오늘 화장너무 예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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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숙 <st1:date w:st="on" o:ls="trans" year="2014" month="8" day="8">2014.08.08</st1:date> <st1:time w:st="on" o:ls="trans" hour="16" minute="55">16:55</st1:time><st1:time w:st="on" o:ls="trans" hour="16" minute="55"> </st1:time>

아! 그날은 또 다른 사람과 분명히 약속을 한 것 같은데? 
5분만 만나고 헤어질 줄 알았거든요. 
화장한 얼굴 보고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만들어지다니. 
기억력을 보면 정말 천연기념물이 맞아요. ^^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그 시절의 그 사람은 절대 그런 농담 
하지 않았을걸요.  60 70대 version의 농담에다가……. 
아이구 헷갈려!  앞으로 누굴 상대해야 하나?  난 20대의 효민씨만 알고 있는데?  
삐칠까 말까 생각 중임.사람 웃겼다 울렸다 하는 재주가 많네요. 
지난번 메일에 대한 답은 곧 보낼게요.^^

댓글 : 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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