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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한탄

작성자:

탈존

조회: 3210 등록일: 2017-01-12

뜻하지 않은 전우가 심심산골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해병대 훈련소에서 함께 훈련을 받았던 동기였는데 진해 신병훈련소에서의 기초훈련이 끝나면서 하사관 시험을 거쳐 평생을 군인으로 보낸 전우다.
베트남에 파병되고서도 국내에 남아있던 그 전우와 서신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웠던 전우였으니 비록 4-5년에 한 번 정도나마 인연을 끊지 않고 만났었다.
20년 전 쯤, 상사로 전역을 한다는 전화를 받고도 평창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죽기 전에 얼굴 한 번 보자며 찾아온 것이다.
한 삼 년 술을 잘 끊었다가 서울 다니러 갈 때, 논객들과 어울리는 바람에 다시 마시게 되었으니 오래간 만에 만난 전우와 술 한 잔이 없겠는가.
“요즘 애들은 덩치만 크지, 체력과 정신력이 우리 때보다 약하더라고. 제법 강하게 키운다고 키웠는데도 내 아들 놈도 마찬가지거든.”
뜬금없이 내뱉는 말이 이렇다.
글쎄, 요즘 아이들이 정신력이 약하다는 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체력이 약하다는 말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다수 아이들이 굶주리며 자랐던 우리 세대보다 잘 먹고 잘 자며 자란 요즘 아이들이 약하다니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내 의문에 전우가 피식 웃으며 설명한다.
“우리 자라던 시절에 놀이라는 게 뭐였지? 재기차기로부터 시작해서 땅따먹기, 말 타기, 자치기 놀이, 이웃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 등등, 모든 놀이가 운동이었어. 균형감각과 민첩함, 거기에다 판단력 등, 특히 자치기 같은 건 타이밍까지 익숙하게 하는 놀이였다는 거지. 하다못해 여자애들이 놀던 고무줄놀이야 말로 격렬한 운동이잖아? 우리 시대에 시골아이들은 10리길 이상을 뛰어다니며 등교했잖아. 요즘 애들은 어때? 하루 온종일 쉴 사이 없이 공부하거나, 놀이라야 컴퓨터 게임이 전부라고. 이쯤 되니 운동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체력이 길러지겠어?”
듣고 보니 옳은 말이겠다 싶어진다.
따지고 보면 중, 고교시절 산으로 나무하러 다니던 일조차도 군대에서 받았던 산악훈련이나 그다지 다를 것이 없더라는 거다.
정신력도 마찬가지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학부형이 항의하러 학교에 오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전교조 따위가 없었던,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시대이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자주성을 길러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걸핏하면 학교로 쳐들어가 선생님을 잡아 흔드는 요즘 교육환경에 아이들의 정신력이 강하리라고 기대하는 편이 오히려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요즘 군대, 우리 때처럼 훈련시켰다가 숱하게 죽어나갈 거야. 체력이나 정신력도 문제지만 그 무슨 민주군대라는 게 오합지졸로 만든단 말이지. 어이없는 건 군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 부모에게 고자질한다는 거지. 군인이 되었으면서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거야.”
민주군대라…….
과연 민주군대라는 것이 오합지졸로 만드는 요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공격명령에 탄막을 뚫고 목숨 걸고 달려 나가야 하는 군대에서, 말하자면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군대의 속성에 민주군대라니 좀 이상하기는 하다.
글쎄, 작전이나 공격이나 병사 모두의 의견을 취합하자는 것이 민주군대의 요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쟁터에서 가당키나 한 정책인지 알 수가 없더라는 거다.
“빌어먹을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무슨 참여정부니 하면서 아이들 정신력은 물론 사고력마저 저능아 수준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단 말이지. 무슨 애들이 자기 생각만 옳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줄 몰라. 한둘만 낳아 길러서 그런 건지 가정교육이 없는 시대라 그런지, 학교교육이 개판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애들을 사람으로 기르지 못하고 컴퓨터로 기른 것 같더란 말이지. 하긴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 아이들과 뛰놀며 사회성을 길렀던 우리 때와 달리 오직 학원으로 컴퓨터게임으로 폐쇄적으로 자란 요즘 애들이 같을 수는 없겠지.”
오늘, 아침을 먹고는 바쁘다며 상경해버린 전우의 뒷모습을 보며 다소 얼떨떨해지는 기분을 맛본다.
과연 개혁이라는 건 무조건 옳은 것일까,
민주정권이라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가 어찌하면 갈수록 엉망이 되어 가는지 알 수 없다. 빨갱이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교조 등을 앞세워 어린 아이들부터 공략했음을 확인하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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