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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신당은 탈당파 민국당의 말로(末路)를 생각하라

작성자:

노변담화

조회: 3318 등록일: 2016-12-28

허주(虛舟) 김윤환이 그의 아호처럼 빈 배를 남겨놓고 홀연히 타계한 게 어언 십 수 년이 됐다. 그는 우리 정치사에 대통령 킹메이커의 역할을 잘 한 중후한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노태우, 김영삼 두 분의 대통령 탄생과 이회창에 이르기까지 3대 째 고군분투하지만 돌발 변수 이인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키고만다. 그러나 그의 정무 감각은 당대 최고의 경지라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o:p style="font-size: 14px;"></o:p>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도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2000년 제16대 총선 공천 탈락이라는 쓴 맛을 본 후 결연히 한나라당을 탈당, 민국당(민주국민당)을 창당하나 이때부터 허주의 정치 동력은 힘을 잃고 만다. 창당 멤버는 김윤환, 김광일, 서석제, 조순, 신상우, 이기택 의원 등 중진들이 대거 포진했고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 전 의원, 이수성 전 국무총리 그리고 민정당의 장기표, 김철 등 기라성 같은 정치인이 즐비 햇것만   <o:p style="font-size: 14px;"></o:p>급조된 민국당 멤버들이 불과 3개월 후 실시한 제 16대 총선에서 한 석을 건지고 참패하는 대 이변을 연출하고 만다. 당시 민국당은 영남 당이라 불질 정도로 TK에 기반을 둔 정당임에도 TK민심은 한나라당 탈당을 용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윤환이 정치 신인에게 10% 포인트 차로 대패한 것이 좋은 예다.   <o:p style="font-size: 14px;"></o:p>참패의 원인은, 말할 나위 없이 개성이 강하고 모두‘자신이 최고’라는 우쭐 감에서 민심을 파고들지 못한 게 주원인이었다. 모두 훌륭한 정치 자산이요, 나무랄 때 없는 인물들로 구성됐지만 민심은‘한나라당 탈당’이란 배신을 용납하지 않았고 보수의 가치 훼손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말할 필요 없이 그 정신과 혼(魂)은 지금의 새누리당이다.   <o:p style="font-size: 14px;"></o:p>지난 27일 새누리당 29명의 의원들이 전격 탈당하며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한다고 선포 했다. 새누리당과의 결별은 물론 자신들이 참보수의 깃발을 꼽는다고 어스 댔다. 과거 김윤환이 민국당 창당 깃발을 보면 역시‘개혁과 신보수’라고 적혀있듯 묘하게도 빼닮았다. 하긴 그 말을 빼고 나면 담을 수 있는 근사한 미사여구가 없으니 철새들은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o:p style="font-size: 14px;"></o:p>주동자는 김무성, 유승민 투톱으로 보인다. 이외에 소위 대권 잠룡들로 불리는 인사들이 모두 그 쪽으로 붙었다. 그 옛날 민국당 창당멤버처럼 인지도 면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자들이지만 대세의 흐름을 못 읽는 건 너무 닮았다. 대통령의 탄핵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보수층으로부터 질타 받을 정당은 뛰쳐나간‘개보신당’이 될 게 자명한데 이들은 멍멍 짖기만 할 뿐 대책이 없다.   <o:p style="font-size: 14px;"></o:p>오늘자 TK 지역 여권의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이 39%, 개보신당이 13% 선이다. 지금 당장 총선을 치루면 그 옛날 민국당처럼 거의 전멸에 이르는 수치다. 이게 민심이다. 야권과는 달리 여권의 보수층은 당을 음해하고 자기 살 길 찾아 자들은 무슨 있어도‘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o:p style="font-size: 14px;"></o:p>나경원의 경우, 김무성과 유승민의 하수인이 되기 싫어 당분간 여론의 눈치를 본다고 하여 탈당을 미룬 것은 지역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성이 강한 집단은 상호간의 괴리가 깊고 의견 충동이 잦다. 그들의 면면을 보라. 시간이 지날수록 화합은커녕 톡톡 튀는 발언으로 서로 견제할 것이 벌써 읽힌다. 그러니 차기 대선 때 제대로 된 후보 옹립을 할 수 있을까? 틀림없이 합종연행으로 물을 흐려 놓을 것이다.   <o:p style="font-size: 14px;"></o:p>탈당 배경도 어정쩡하다. 최순실 사태에 기대어 탈당파들은 좌파 쪽 민심만을 두려워 한 나머지 결행한 것이고 또 하나, 나경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됐다면 이들이 탈당했겠는가? 결과적으로 이들의 탈당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쟁취 못한 앙갚음도 다분히 기저에 깔려있음을 유추해 낼 수 있다.   <o:p style="font-size: 14px;"></o:p>정치는 정무 감각도 필요하지만 민심을 거역하면 절대 날 수 없다는 건 정치의 섭리요, 철칙이다. 허주 김윤환이 한나라당에 꾹 참고 후일을 도모했다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을 터이지만 순간의 선택을 잘못한 대가치곤 너무 가혹했다. 허주는 홧병이 도져 스스로 큰 병을 자초했고 그 일로 2003년 12월 15일 타계한 것이다. 그의 정치 역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지만, 그가 남기고 간 것은‘빈 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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