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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반성 필요하다

작성자: 바른 연합

조회: 18286 등록일: 2013-07-03

야구 경기에서 투수를 보면 에이스라도 어떤 경기에서는 매우 나쁜 구질을 보인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자신감이 넘쳐도 경기력에 해가 된다. 그것은 운전경력 20년의 베테랑도 자만으로 운전하면 도리어 큰 사고가 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곳에서든지 매너리즘과 허무를 불러온다.
 
진보가 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망했다기보다 진보를 실제 지향할 수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독선에서 빚어졌다고 본다. 만약 우리나라가 독재시절이란 구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독재정권이 너무 도덕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일명 반대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진보 이지미를 얻었다. 진보라기보다 반독재 반군사정권파에 지나지 않았는데, 독재정권의 실책이 너무 컸던 탓에 손쉽게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다. 어떤 경우는 보수의 주장이 더 합당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고 전체적으로 자신들이 가는 길이 더 정의롭다는 오판을 한 것이다. 이것이 정당정치의 한계인 것 같은데, 2-3개의 큰 정당 중에서 최고로 나은 것이 반드시 정의를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간과했다.
 
야구 경기에서 긴장감은 때로 중요하다. 너무 쉽게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투수는 안이하게 공을 던지다가 홈런을 여러 개 허용하기도 한다. 긴장감이 없으면 1위를 하는 것도 어렵고, 경기에서 이기기도 힘들다. 주로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초반에 반짝하고 후엔 별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긴장감이라는 자기 목표가 약하기 때문이다. 의지력의 반감이 결국 낮은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진보 세력은 실제로는 진보를 지향하지도 못했지만, 너무나 악한 이미지가 셌던 군사정권의 후임 당들을 반대하기만 하면 일정한 수혜를 얻었기 때문에 진정 노력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반대만 외치면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 면에서만 효과를 노리고,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정권은 도덕적 단점 때문에 국민에게 무언가 절실한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선물을 제공했다. 그러나 진보 세력은 입으로만 외치고 싸웠다.
 
그래서 후에 10년간 진보라 불렸던 노력하지 않는 민주화 혹은 반 군사 정권파 집권당은 대부분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고, 끊임없는 흑백대결을 유도하여 그 전선 하에서 수혜를 얻으려는 시도만 계속했다. 개혁이 마치 상대 당과의 설전을 통해 이론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듯한 제스처를 연발했다. 그러나 국민은 이런 모습에 등을 돌렸다.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태도를 취하는 집권당에 회의를 느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보다 먼저 입으로 외치고, 상대 당을 자극하여 자신들이 노리는 싸움에 나오게 유도했다. 이론 싸움에서 이기면 국민이 지지해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했다.
 
정민태, 정민철 같은 일본 리그를 거친 선수들 최희섭, 김병현, 서재응 같은 선수는 국내 리그로 편입한 뒤 이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거뒀다. 내가 판단하기에 목표의식의 약화가 안이한 정신력으로 이어지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수단이 사라진 것이 나쁜 경기력으로 나타난 것 같다. 물론 내가 말한 것만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수든 타자든 너무 긴장하는 것도 경기력에 나쁘지만 긴장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등 코너웍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장타를 허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는 작은 무대로 옮긴 뒤 목적에 대한 방향이랄지 의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크든 작든 의욕상실에 시달리며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게 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반대편에 서기만 하면 민주화 세력 및 야권은 도덕적 우위를 점하며 큰 수혜를 얻었다. 그래서 투쟁만 벌이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상 문민정부였던 노태우 정부 때에도 이런 논리로 정치를 했고, 여전히 일정한 성과를 냈다. 야당으로 남아 있을 때는 이런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문제는 집권한 후였다.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배신감과 허무함 뿐이었다. 실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권한 진보세력은 늘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만들었다. 선과 악이란 투쟁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국민에게 두 개의 흑과 백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백이니 선택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진보 정권은 선이 아니었다. 보수 쪽도 선이 아니지만 그것은 진보 쪽도 해당 되었다. 입으로만 개혁을 외친 결과 10년간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국민이 얻은 게 있다면 경각심뿐이었다.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출범한 것은 현재의 야권이 너무 긴장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자신감과 교만이랄까. 연이은 실책을 하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쪽은 과거의 원죄(?)때문인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박근혜 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낮은 자세로 입조심을 했다. 마치 약간 컨디션이 난조인 투수가 그것을 염려하여 코너웍에 신경 쓰고 공을 던지듯이. 컨디션이 너무 좋아 자신감이 넘쳐도 경기력에 가끔 해가 되는 이유는 자신을 너무 믿고 한 가운데로 단조로운 직구를 쓰윽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실투라고 하는데 대부분 홈런이나 장타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진보라 불렸던 현재의 야권 세력은 자만과 교만의 결과로 한 가운데로 직구를 던진 실투에 의해 홈런을 허용한 투수라고 할 수 있다. 포크 볼, 체인지업, 투심 혹은 포심 패스트볼을 모두 연마한 보수 쪽과 달리 과거처럼 도덕성과 진리는 항상 자신들의 편이라고 오판하고서 직구만 던졌던 습관에 의해 이들은 집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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