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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는 따로 있지 않다

작성자: 바른 연합

조회: 24517 등록일: 2013-03-20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 ‘칼레파 타칼라’ 란 소설은 언제 읽어도 교훈적인 내용이다. 누군가는 이 소설이 보수 세력을 염두에 두고 두둔한 하릴없는 소설이라고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감 가는 소설이다. 



언젠가 봤던 영화 ‘석양의 무법자’ 란 특이했던 내용도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줬다. 흔히 우리가 하게 되는 생각 중에 하나가 정치 세력이 바뀌거나 인물이 바뀌면 좀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칼레파 타칼라란 소설 내용은 내가 너무 자주 인용했던 것이라 나의 경우엔 지겹기도 하지만 간략하게 서술해 본다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한 밤 중에 어떤 인물이 느닷없이 혹시 지금 세상은 뭔가 잘못되고 독재가 행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어 중얼거리는데 그것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들리게 되고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며 독재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또 어떤 사람이 듣게 되고 그는 독재 시대에 탄압받는 민중의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약간 힘주어 말했는데 그것이 우연히 고요한 밤중에 기둥 등을 타고 전파되어 크게 울리며 잠자는 도시의 사람들이 깨어나 모두 듣게 된다는 약간 코믹한 이야기 형태를 하고 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독재자가 아님에도 지배층이 무너지고 새로운 권력층이 들어서는데, 전만 못한 세상이 오자 처음 그 의심을 발설했던 사람이 언덕에서 한 마디를 내뱉는데 그것이 바로 칼레파 타 칼라였다. ‘좋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인간 세상에 정말 좋은 일이 실현될 수 있을까. 우선 인간세상은 물질주의 세상인데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에게 상품을 홍보한다든지 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겨내어 관직 등에 올라야 그나마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즉 문명의 발달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듯이 이기심이란 것이 한몫 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이기심이 경쟁을 가속화시켜 발달된다는 것이 기본 주제다.



석양의 무법자란 영화에서 현상금을 받고 인간 사냥을 하는 사람들 얘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형태를 하고 있는 사람마저 결국은 돈에 이끌려 사람 사냥을 하는 무법자일 뿐이었다. 과거에 딱 한 번 봤던 영화이기 때문에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히 유명한 영화다.



정치계를 보면서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는 잘못된 고전 중에 하나가 ‘70년대의 독재 시절’ 이란 문구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70년대의 독재나 90년대의 새로운 형태의 ‘독재’나 2000년대의 또 다른 ‘억압’은 마찬가지란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사람을 고문하고 지독한 독재가 일부 행해졌던 70년대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착한 몇몇 제도는 사람을 자살로 내몰고, 가치관을 변형시키며 최악의 독재자 본성을 보여줬다. 직접 독재자가 처형 하냐 아니면 간접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하여 사람을 죽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이 더 나아졌다는 객관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문열씨는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했기 때문에 역시 천재 작가다웠다. 요새 나온 게임 등을 보면 벌레 같은 것이 벌레와 싸워서 이기는 형태가 꽤 된다. 내가 볼 때 더러운 벌레가 벌레를 이기면 이긴 벌레를 조종한 게이머는 좋아하고 게임에 진 게이머는 인상을 찌푸린다. 누가 더 착한 벌레일까 생각한다면 다 웃을 것이다.



좀도둑과 강도, 그리고 살인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범법자들이다. 그리고 인간은 강제성이 없으면 무법자 기질을 보이고 그것을 억제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법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인간이 덜 나은 인간을 처형하거나 최소한 억압하는 행위는 다른 말로 반대의 경우까지 포함해서 더 낫고 못하고의 구분이 없다.



진보 지식인이 하는 말 중에서는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세력을 염두에 두고 특정 편에 서는 것은 일단 객관성은 없다. 내가 볼 때 다 마찬가지다. 70년대 독재시절에 무고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현재대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문열씨의 생각은 옳다고 느낀다. 셀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도 옛날 영화이긴 하지만 현실을 매우 잘 지적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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